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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자도 귀의처 될 수 있을까

기자명 권오영
  • 교학
  • 입력 2004.04.19 13:00
  • 댓글 0
한국불교학회 세미나서 ‘출-재가자 관계’ 다뤄

조준호 씨, “청정 수행하면 재가자도 귀의 대상”


과연 재가자도 수행을 통해 출가자와 동등하게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또 재가자도 귀의의 대상인 승가에 포함될 수 있을까?

출세간을 지향하는 불교에서 재가자를 출가자와 같은 수준으로 보는 것은 불교의 근본입장에 역행하는 관점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오랜 역사동안 불교는 엄격하게 승(僧)·속(俗)의 구분을 지어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재가자들은 속세를 떠나지 않고 출가와 동등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4월 17∼18일 논산 금강대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 교수)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선대 조준호〈사진〉 강사는 ‘우바새·우바이의 위치와 종교생활에 대한 고찰-초기 경전을 중심으로 한 비판적 검토’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재가자가 출가자와 동등하게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 대부분의 경전에서 재가자는 아라한과의 열반보다는 바로 아래인 불한과까지로 제한하고 있다”며 “그러나 빠알리 논장의 7론 가운데 하나인 카사바뚜에는 일체번뇌의 소멸이라는 아라한과는 출, 재가라는 외형적인 모습의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번뇌와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아라한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표현돼 있다”며 재가자도 출가자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씨는 “경전에서 재가자가 출가비구와 동등한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범행(梵行)을 닦은 자로서 오하분결(五下分結)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이는 당시 범행이라 함은 성적으로 순수함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출가와 재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보다 성욕을 자제해 성행위를 단절하고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출, 재가자 모두 계행의 삶을 살고 수행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열반의 중요한 관건임을 초기 경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씨는 또 “귀의승의 범위에 재가불자가 포함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논란은 교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며 “그러나 초기 경전에서 규정한 승가의 내용을 보면 ‘승가는 바른 방법으로 수행하는 세존의 성스러운 제자들의 모임이며 네 쌍의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이룬, 여덟 부류의 성스러운 수행자들의 모임’이라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가불자들도 올바른 수행법으로 살아가면 귀의승(歸依僧)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조준호 강사는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불교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아주대 홍성기 교수의 ‘연기설의 관계론적 해석에 기반한 음양오행론의 재구성’, 충남대 이평래 교수의 ‘인·법, 二無我의 성립에 관한 연구’, 동국대 김호귀 강사의 ‘간화선에서 화두의 양면적 기능’ 등 20여편의 논문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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