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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기자명 법보신문
신 규 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지난 번 대통령 선거와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그 이전의 선거와 비교해서 양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권위에 대한 부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권위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일방적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과거의 대통령은 우리 헌정사에 비추어 볼 때 민주항쟁의 권위나 아니면 군인으로서의 권력과 직위를 갖추었던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다수의 국민들의 의향을 파악하고 내지는 잠재한 국민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표면화시키고 그것을 결집하여 그 자리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변화이다.

이 변화에는 컴퓨터 등의 현대적인 매체를 적절히 활용하여 주권자와 정치인 사이의 양방향적인 대화방식이 기여를 했다. 유권자에게 향하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닌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개개인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유권자 자신이 정치가와 함께 정치를 만들어갈지 그것은 남겨진 숙제이다. 그러나 유권자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갖게 한 것은 큰 변화를 나았다.

불교계도 대화망의 구축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를 보면 크게 스님과 신도와의 관계, 스님과 스님과의 관계, 신도와 신도와의 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관계 어디를 보더라도 한 방향적인 관계이지 양 방향적이 관계는 보기 어렵다.

첫째, 스님과 신도 사이의 교통이 있어야 한다. 크고 작은 각 절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종교행위를 하지만, 그 방식을 살펴보면 스님 쪽에서 신도에게로 향하는 일방적인 방향이다. 그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운 말과 제사의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러는 속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엄숙함과 신성함의 효과는 있지만 의미의 전달은 거의 되지 않는다. 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설법을 보더라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주고받는 대화라는 게 없다.

신도와 스님 사이의 대화 채널이 별로 없다. 사주보기도 좋고 운세보기도 좋으니 혹세무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도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미신이라고 물리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불교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역량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신도들과 스님 사이의 양방향적인 신앙생활 구축이 절실하다. 일방적인 강의식이 아닌 토론식 법회도 필요하다.

둘째, 신도들끼리의 대화와 논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찰 경영의 경우도 주지스님 내지는 소임자 중심으로 하다보니 신도들은 소외된다. 그 결과는 무관심으로 나타나고 위기의 상황에 결집력이 떨어진다. 신도들 사이에도 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다니는 절의 대소사를 논의하는 일이 별로 없다. 무슨 무슨 불사가 있으니 시주금 내지는 동참금 얼마 내라는 통보만 있었지, 그 행사를 전체의 일머리에게 대해서는 주지스님 밖에 모른다. 신도회 간부라고 해도 그저 주지스님의 말을 전달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함께 모여서 상의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한 살림을 하는 과정에서 맞보는 동료의식이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셋째, 스님들끼리의 대화가 필요다.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부터 수행자 집단 내에서의 대화가 활발했다. 부처님과 제자와의 대화, 각 보살들끼리의 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대화가 일찍이 발달했다. 불교의 교리와 사상은 이러한 대화를 통하여 풍부해지고 많은 사람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중국 당나라 중기에 선불교가 번성했던 요인도 스님들 사이에 대화가 활발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서울대학교가 터한 관악산 중턱에 성주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이 절은 위의 세 가지가 모두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주지스님을 비롯한 교역자와 신도들이 하나가 되어 신앙을 가꾸어가고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40대와 50대의 남자 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운력도 하고 법회도 한다.

anand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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