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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있는 곳에 불보살이 계십니다”

기자명 이재형

법정 스님 길상사 대중 법문

나무에 새잎 돋는 건
따뜻한 봄바람의 힘
용서하는 게 곧 수행
미움 문 열어야 상생

길상사 전 회주 법정 스님은 4월 18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극락전에서 대중법문을 했다.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법회에서 스님은 ‘용서’라는 주제로 법문했다. 길상사 지장전 건립 착공을 겸해 열린 이날 법회에서 불자들은 봄꽃보다 향기로운 스님의 법문에 흠뻑 젖어들었다.편집자



<사진설명>법정 스님이 4월 18일 성북동 길상사에서 '용서'를 주제로 법문하고 있다.

온 천지가 꽃과 잎입니다. 겨울 동안 아무 표정도 없이 묵묵히 있던 나무들이 활짝 잎을 펼치고 있습니다. 복숭아꽃을 보고 있으면 이 나이에도 설레입니다. 꽃은 사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는가 봅니다. 꽃과 나무는 철따라 새 잎을 피워냅니다. 사람도 이렇게 맑고 투명한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요.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평생을 두고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그것은 바로 용서이니라.”

용서란 남의 허물을 감싸주는 것으로 너그러움이고 관용입니다. 용서란 인간의 으뜸가는 미덕인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다 허물이 있습니다. 그 허물을 낱낱이 지적하며 꾸짖는다면 고쳐지기는커녕 상처가 되기 쉽습니다. 선의의 충고는 있어야 하지만 함부로 꾸짖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사회는 남을 용서하는 미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남을 지적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미덕을 볼 수 없습니다. 그의 시선에는 따뜻한 온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꽃과 잎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은 훈훈한 봄기운 때문이고 가을에 꽃과 잎이 지는 것은 차가움 때문입니다.

옛날 중국 초나라 장왕은 군신들과 함께 몇날며칠 잔치를 벌입니다. 그러던 한 밤 중 갑자기 촛불이 꺼지고 이때 한 신하가 왕의 곁에 있는 애첩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습니다. 애첩은 소리를 지르며 갓끈을 잡아챘고, 범인을 잡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때 왕은 큰 소리로 모두 갓끈을 떼라고 명령합니다.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 후 초나라는 진나라와 싸우게 됩니다. 초나라는 위기에 몰리고 그 때 한 장수가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싸워 장왕을 구합니다. 바로 애첩에게 입을 맞췄던 그 장수였던 것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못됩니다. 조지 부시는 온 세계가 반대했지만 대량무기를 동원 석유점령을 위해 싸웠습니다. 이는 악업을 짓는 것으로 언젠가는 그 과보를 받게 될 것입니다.

『법구경』에 ‘남의 허물을 보지 말라, 남이 잘못을 했건 안했건 상관하지 말라. 단지 내 허물만을 바라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참된 수행자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진정으로 평화를 누리고 싶다면 언제 어디서나 ‘나는 누구인가’ 늘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허물도 무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주지하며 밖으로 한 눈 팔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를 묻지 마십시오. 지나간 것을 들춰내지 마십시오. 상처를 덧나게 하고 타인과 나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용서가 있는 곳에 불보살이 계십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것은 업의 놀음입니다. 몸으로 행동하고 입으로 말하고 속으로 생각한 것이 모두 업입니다. 명예, 재산은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내 삶의 자취인 업만은 좇아갑니다. 수행은 업을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얽힌 것은 풀어야 합니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 용서 못할 것은 없습니다. 용서하는 사람은 너그럽습니다. 마음이 너그러워지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용서를 통해 그 사람은 그릇이 커집니다.
새 잎이 피어나는 이 계절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맺힌 것이 있다면 모두 풀어버리십시오. 얽히고설킨 업에서 벗어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저보다 눈부시게 피어나는 나무한테 들으십시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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