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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기자명 법보신문

최고의 공양 법보시는
부처님 말씀 받드는 것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관세음보살을 공양하겠나이다.” 하고, 목에 걸었던 백천 냥이나 되는 보배 구슬과 영락을 끌러 받들어 올리며 또 여쭈었다. “어지신 이여, 법으로써 드리는 이 보배 구슬과 영락을 받아 주옵소서.” 그때 관세음보살이 이를 받지 않거늘 무진의는 다시 관세음보살께 여쭈었다.

“어지신 이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 영락을 받아 주옵소서.”

만약 당신과 제가 영원히 중생으로만 살아갈 팔자라면 관세음보살은 아마 절대로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을 것입니다. 손 내밀어봤자 구제불능인데 뭐 하러 힘들여 그런 고생을 하겠습니까?

관세음보살이 그렇게 분주하게 몸을 바꿔가면서 중생들의 부름에 응하는 까닭이 뭐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크나큰 능력을 지닌 보살들을 좌우에 거느리는 부처라는 말입니다.

관세음보살을 몰랐을 때는 중생이기에 품을 수밖에 없었던 한계와 절망이 우리를 영원히 중생으로만 살아가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신과 나는 이 세상에 가장 든든한 배경(관세음보살)을 둔 절대가치를 지닌 존재였던 것입니다.

관세음보살과의 만남은 우리 자신에게 그런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깨달은 무진의보살은 크나큰 감동에 완전히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두르고 있던 값비싼 보석들을 끌러서 관세음보살에게 바쳤습니다.

무진의보살은 관세음보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재물로써 부처님을 공양하지 말라. 여래의 법신은 재물의 보시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법 보시로만 부처님께 공양하라.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법의 보시이며, 이것이 가장 훌륭한 법 보시이다.”(『보운경』)

돈(재물)으로 뭐든 쉽게 해결하려는 현대인의 속성을 꿰뚫어보고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만 같아 영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런데 무진의보살은 무슨 마음에서 재물, 그것도 비싼 보석들을 올리는 것일까요?

무진의보살의 다음 한 마디 말은 이렇습니다.
“법으로써 드리는 이 보석들을 받아주십시오.”
그가 올린 보석은 우리가 평생을 걸고 찾아다니는 재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천태 지의대사도 좥관음의소좦에서 여기에 대하여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해석에서는 무진의보살이 법을 존중하는 까닭에 재물을 보시한 것(重法施)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때의 재물은 법과 통하므로 무진의보살의 이 보시는 여법시(如法施)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보살의 가르침과 구제의 능력을 존중하여서 올린 보시물이 아니라 보석 그 자체가 진리요, 자신에게 있던 진리를 바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나아가 지의대사는 무진의보살의 행위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목’은 중도(中道)라고 하는 하나의 진실한 이치를 상징한다. 집착 없는 법문으로 실상을 장엄하고 있는 것이 마치 목걸이가 목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음을 나타낸 것이다. ‘끌렀다’는 말은 보살이 항상 버리는 수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서원과 수행의 공덕에서부터 부처님의 지혜와 보리와 열반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머물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의지하지 않는 까닭에 끌렀다(解)라고 표현한 것이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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