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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자살 사망률 세계 1위

기자명 법보신문

자살은 인간다운 삶의 권리
존엄한 죽음의 권리 포기 행위

최근 우리 사회에 자살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제시한 ‘2002년 사망원인 통계결과’ 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은 19.13으로 교통사고 사망률 19.12보다 높았다. 그러나 2003년 9월 29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자살 사망률은 28.94였고 노인(61세 이상)은 62.5명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유족이 제출한 사망신고서에 입각해 통계청은 자살사망률을 계산했지만, 경찰청은 자살 현장에서 경찰이 직접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사망신고서에 자살이라고 표기하기를 꺼리는 유족들의 심정을 감안해 볼 때, 경찰청의 자료가 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경찰청의 통계자료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세계1위라 말할 수 있다. 자살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자살사례를 추적해 보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이 마치 탈출구라도 되는 듯이 자살을 감행하는 사례가 많다. 자살자는 죽음 준비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살한 이후 부딪히게 되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단지 막연하게 눈앞의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살을 감행한다.

그러나 자살을 하면 단지 상태가 변할 뿐 결코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없다. 자신이 봉착했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생각에 자살을 감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착각일 따름이다. 자살 행위는 삶의 권리만이 아니라 죽음의 권리마저도 포기하는 행위이다. 인간에게 몇 가지 기본권리가 있지만, 인간답게 죽을 권리는 지금까지 무시되었다.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인간답게 살았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사람은 바르게 사는 법도 함께 생각하게 되므로, 자살은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자살은 고도성장에 따른 후유증 정도로 취급돼 정신병리적 관점에서만 취급되었을 뿐이다. 불황의 늪이 갈수록 깊어져가는 고실업시대의 자살은 개인적 차원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죽음준비교육을 학생의 성장과정에 맞게 다양한 교과목 안에 포함시켜 가르치고 있다. 죽음준비교육은 건강한 삶과 건강한 죽음을 목표로 한다.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자살을 감행하는 불행을 막기 위해 죽음준비교육은 시급히 시행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죽음준비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는 사례가 많다. 죽음준비는 노인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죽음 준비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서 보다 의미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이다. 둘째, 평소에 죽음을 미리 준비해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 두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죽음 준비는 한 마디로 삶의 준비인 것이다.

죽음준비교육은 바로 자살예방교육이고, 이 땅에서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교육이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매일 마다 자살이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학교교육의 차원뿐만 아니라 노인을 포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행하는 평생교육의 차원에서도 죽음준비교육은 하루라도 빨리 실시해야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밝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늘어나야만 우리 사회는 건강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웰빙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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