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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과의 인연

기자명 법보신문

사불수행 체계화 위해 일본도 답사
고려불화 보러 매일 박물관 찾기도

마음은 머무는 바 없다.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으며 문턱 하나 넘는 정도임을 깨닫게 한 나의 투병 생활은 오히려 많은 것을 남겨 주었으며, 지금까지의 내 생활에 중심이 됐다. 죽음의 문턱으로 인도한 병마도 인연이요, 불법으로 나를 인도하셨던 지연 스님도 인연이요, 끝없이 나를 건져내려 노력하시던 어머니도 인연이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또한 지난 생의 인연일 것이다.

세상에 오고 가는 이치가 다 인연이 있어 왔다 가는 것을 그 후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나는 사불 수행을 통하여 죽음의 늪을 빠져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사불수행자로 사불전법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많은 스님들이 제방 선원에 들어 안거를 하고 만행을 하는 과정에도 나는 오로지 한자리 틀어 앉아 불보살의 형상을 염하며 참선하기를 오랫동안 해왔다. 어느 정도 수행이 깊어질 즈음 석주 큰스님과 불화로 유명하신 석정 스님을 찾아 수행정진한 것을 열어 보이고 검증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사불수행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분들이 사불을 통해 환희심을 갖고, 이를 통해 부처님의 원만 상을 닮아갈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어느날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신 재가불자 한 분이 류머티스로 투병하던 중에 나를 만났고, 내가 사불수행을 권하여 약물치료와 더불어 사불을 시작했다. 동시에 그 분은 일본에서 약사사라는 자주 가는 절이 있는데 그 절에 함께 가자며 초대했다. 그런데 나중에 막상 그 절을 찾고 보니 일본의 나라시에 있는 이 절은 사경과 사불로 아주 유명한 큰 사찰이었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불연(佛緣)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1995년 여름 그곳에서 사불수행의 뿌리를 발견하고 배우게 됐다. 책에서만 보던 고려 불화를 이곳에서 처음 보았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금니사경변상도, 16관경변상도 등 헤아릴 수없이 많은 우리 한국의 불화들을 교토박물관, 나라박물관, 또 특별 전시회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특히 교토박물관 2층에 모셔진 묘법연화경 사경변상도는 틈만 나면 가서 보았는데 얼마 뒤에는 관리인들이 먼저 인사를 할 정도였다. 나는 그곳에서 한 시간, 두 시간, 때로는 몇 시간씩 우두커니 바라보곤 했다. 지금도 그 파란 쪽빛 감지에 그린 선 하나하나가 눈앞에 선할 정도다.

나는 일본 불교를 통해 오히려 옛 한국 불교의 화려함과 정교함을 가름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찬란한 고려불화를 탄생시켰던 고려인의 후손으로서, 또 수행자로서 우리에게 내려오는 한국의 사불수행을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졌다.

나는 다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 남아 있는 자료와 한국에서 찾아야 할 것들이 또 나를 기다리는 듯하여 2년여의 일본 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불화라는 결과물만 남아있을 뿐 그 과정이 없으니 그것을 복원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도서관과 박물관을 뛰어다녔고, 큰스님들도 자주 찾아뵈었다. 그러면서 자료도 조금씩 쌓여갔다. 내 수행의 전환점이 되어준 분을 만난것도 그 때다.

법인 스님
서울 공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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