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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울어 주는 마음

기자명 법보신문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은
내 마음밭을 풍성하게 한다

지난 주 일요일에 어느 한 신도님의 아들이 이라크에 파병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최근에 날로 악화되는 이라크 상황 때문에 그 보살님은 아들 걱정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보살님의 얼굴을 보니 두 달전 모습보다 많이 야위어 보였고 마음 고생이 심하신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보였다.

이 소식을 전해지자 나이 드신 보살님들은 그 보살님을 부둥켜안고 걱정말라고 위로하면서 무사 귀환을 위해 불보살님께 기도해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또 거사님들은 이라크에 있는 아드님을 위해 컵라면 같은 위문품을 보내자고 성금을 모금하기도 하였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본인이 뜻하지 않았던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누가 내 옆에서 그 어려움을 위로해 주고 나의 고통을 잘 귀담아 주는 사람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그냥 옆에서 나와 같이 울어주고 따스한 말 한마디 건내주는 것에 용기를 얻어 우리가 처한 고통의 언덕을 넘을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래 자비(慈悲)라는 말에서 비(悲) 는 한자로 ‘슬퍼한다’는 뜻도 있지만 원래 범어의 뜻은 ‘괴로울 때 같이 신음해 준다’는 뜻이 더 강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남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신음해 주는 마음이 자비의 비심인 것이다.

그런데 아동 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본래부터 비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한 어린애가 울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애도 같이 따라 우는데 그 이유는 그 아이가 왜 우는지 모르지만 불쌍해서 같이 울어주는 것이라 한다.
또 다른 연구 조사에 의하면 비심(悲心)을 가지는 것이 우리 몸에도 좋다고 한다. 평소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동정하고 또 직접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면 우리 두뇌는 그 순간 몸에 좋은 엔돌핀을 분비한다고 한다. 그 정도가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을 만한 엔돌핀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를 볼 수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해 주고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각종 스트레스 경감 및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북한의 룡천에서도 큰 폭발 사고가 나서 많은 어린이들의 다친 모습이 방송됐다. 의료 장비하나 마땅히 없어 화상이 났는데도 엉성한 안대하나 달랑 붙이고 누워 있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도 한국의 각종 시민 단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념과 국경을 초월해서 북한 동포를 돕자는 마음을 내고 있다 하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자비의 마음들이 모아져 하루 빨리 그 어린이들이 겪은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래 본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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