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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고승 성운 스님 충고 되새겨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5.03 15:00
  • 댓글 0

군승특별교구, 기득권부터 버려라

세계적인 고승으로 추앙받고 있는 대만의 성운 스님이 한국을 공식방문 중에 있다. 방한 중인 지난 4월 27일 성운 스님이 한 법회에서 한국불교를 향해 던진 고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더 이상 산중에 머물러 스님들만을 위한 불교로 남아서는 안된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인간불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스님의 지적은 한국불교의 문제점과 해결대안을 극명하게 간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지적은 성운 스님에 의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를 걱정하는 수많은 이 땅의 불자들이 누누이 언급해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교단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야 할 주체들은 애써 외면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 점이다.

교계에 한국불교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불자들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록 불교가 당장은 분규 등으로 시끄럽고 온전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곧 안정을 되찾고 그 시대적 책무를 깨닫게 될 경우 엄청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불자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4년이 흐르도록 한국불교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조짐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해외관광이 일반화되면서 관광사찰의 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고, 불교세가 약한 지역의 사찰들은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무당집에서나 유행하던 천도재가 사찰에서 극성 중이다. 농촌에서 어린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사찰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성운 스님의 지적대로 불사를 위한 불교, 스님에 의존하는 불교에 매몰되었던 과보이다.

성운 스님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음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계종이 군승특별교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군 불교 발전을 도모하고 활기차게 청년포교를 진행하기 위해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종단의 행정부처와 군불교위원회가 힘을 모아 군승특별교구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모든 불자들과 더불어 반길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군승교구 설립 자체에 대해서는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4월 29일 열린 공청회에서 법안에 대한 해석과 문구를 놓고 설왕설래 이견이 도출되었고, 그 저변에 종단과 군승 간에 상호 불신의 벽이 놓여 있다는 분석을 접하면서 몇 가지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종단과 군승들이 서로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점은 모두가 반성할 부분이다. 종단이 특별교구법을 통해 군승들을 관리하게 되면서 의무조항은 강화하고 권리는 제대로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조계종 유관부서 관계자들은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승려법에 따라 군승들을 관리하고 지도·감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강화해 군승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또한 군승들 역시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생각에 앞서, 무엇이 군 불교 발전에 기여하는 일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군승들 스스로 종단과 불자들에게 신뢰를 잃는 일을 하지는 않았는지, 진정으로 군 포교에 전념하며 군에 파견된 승려의 본분을 다하였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군 불교 발전과 군 포교 활성화라는 대의명제 앞에서 서로의 기득권을 챙기고 정치적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로지 목적은 군 불교 중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조계종은 천태종 금강대와 진각종 위덕대 불교학과 졸업생의 군승 진출에 뒷짐 지는 자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내 종단 네 종단을 따지기에 앞서 전체 불교의 발전을 위해 유능한 인재가 포교 일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부터 갖추길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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