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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챙기는 그 자체를 즐겨라

기자명 채한기

도 현 스님 조계사 禪 법문

若人靜坐一須臾하면
勝造恒沙七寶塔이니라
寶塔必竟化爲塵이나
一念淨心成正覺이니라
故知無心功 大於有心也이라.

보조 스님의 진심직설(眞心直說) 에 나오는 말입니다. ‘만일 누가 잠깐동안 고요히 앉았기만 해도 항하(恒河)의 모래 수만큼 칠보탑을 세우는 것보다 낫다. 칠보탑은 결국 티끌이 되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정각(正覺)을 이룬다. 그러니 무심의 공덕이 유심의 그것보다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진설명>“마음쓰는 데 역점 두어라”
쌍계사 금당선원 선덕 도현 스님은 5월 2일 조계사에서 열린 ‘조계종 선원장 초청 대법회’에서 ‘선-스스로 만드는 행복’을 주제로 법문했다. 도현 스님은 법석에서 지금의 간화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도현 스님은 “성불 보다는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며 “스님과 달리 일상에서 수행을 하는 불자분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화두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현 스님은 “승속을 막론하고 계율 정신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계는 지키지 않고 화두만 들면 아만만 키울 뿐”이라고 일갈했다.


사람은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이 게송은 물질보다 정신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우월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육체와 정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물질과 정신적 가치를 다 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물질 위주로 살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돈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정신적으로 괴로움과 고통에 휩싸입니다. 그 때를 대비해 우리는 정신적 부(富)를 쌓아두어야 합니다. 법회에 참석해 법문을 듣고 염불하고 참선하는 것은 모두 정신적 부를 쌓는 것입니다.

초학자 점검은 선원장이 맡아야

간화선이 면면히 잘 이어져 오다가 최근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항에 부딪쳤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을 짚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우선 조실 스님의 역할이 바귀어져 있다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조실 스님은 조계종의 선풍을 주도하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간화선 풍토에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히 선가의 어른이신 조실 스님들의 역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실 스님은 항상 수행하는 분들 곁에 늘 계셨습니다.

그러나 요즘 일부 조실 스님들은 하시는 일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법문도 하시고 불사도 하시고 각종 행사에도 나서십니다. 그러니 안거 중에도 조실 스님 뵙기가 쉽지 않습니다. 초심자는 그 때 그 때 공부길을 물어가며 바른 길 잡아가야 하는데 큰 스님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우니 공부 지어가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이 사소한 것 같지만 선방 분위기나 스님들의 의식구조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감히 청을 들인다면 밖에서 하는 법문은 법사 스님들에게 맡기고, 불사는 주지에게 맡기고, 가급적이면 수좌들과 재가자들에게 정성을 기울여 주기를 바랍니다. 좁은 소견이지만 초학자들을 위한 공부 점검은 선원장에게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도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례화 해야 합니다.

계율에 대한 관심도 너무 부족합니다. 정과 혜를 아무리 잘 닦아도 우리가 행동하고 사는 모습에서, 마음쓰는 데서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수행을 잘했다고 하겠습니까?

한문투 선법문 너무 어려워

또한 간화선 전통의 한문투 설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선법문을 듣는 한글세대 불자들은 무른 뜬구름 잡는 얘기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앉아 있습니다. 참선하는 법은 쉬운데 법문은 어렵다고 합니다. 고답적인 법문보다는 지금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법문을 해주어야 합니다.

선수행자의 구도자세가 느슨한 점도 짚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선방이 많습니다. 정원이 다 채워져 들어가서 공부할 자리도 거의 없을정도로 양적으로는 팽창해 있으나 질적으로는 문제가 있습니다. 위법망구 정신의 구도열은 옅어지고 개인주의와 편리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요즘 수좌 스님들은 옛 스님들과 비교해 볼 때 불편한 것을 좀처럼 참을 줄 모릅니다.

또한 다수의 불자들이 정법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간화선 발전의 문제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불자님들이 정법을 바로 알려면 부처님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해야 합니다. 대승불교에서 신격화된 초월적인 상징적 부처님 말고, 인간적인 부처님,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처님을 알아야 합니다.

선이란 무엇입니까? 이 세계는 연기의 세계입니다. 일상에서 말하는 행복에 비해 선의 행복은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찾아서 쓰는 행복입니다. 방석 하나 죽비 하나면 됩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화두 드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가불자들은 생활 일선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혼자 출가해 의식주에 구애받는 바 없이 수행하는 스님하고는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재가신도님들은 공부하는 방법을 달리 접근해야 합니다.

세속 일상에도 최선을 다하라

재가불자님들은 생활을 우선으로 하시고 그 틈틈이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서서히 화두 공부가 몸에 배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속의 해야할 일을 남겨두고 공부하기란 어렵습니다. 몸은 산중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재 시늉만 하지 공부가 안됩니다. ‘깨닫는다’ ‘성불’이란 말은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 자기가 붙들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정성스럽게 사는 것에서부터 수행을 시작해야 합니다.

화두만 깨치겠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있지 말고 평소 화두와 관계없는 일에도 마음을 써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윤리적 문제를 잘 지키는 것은 괭이로 묵은 밭을 일구는 것입니다. 선행도 평소 착실히 쌓아야 합니다. 밭에 밑거름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농부가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것처럼 자기가 갖고 있는 근본 화두를 잘 들어야 합니다. 계를 잘 지키고, 복을 짓고, 참선을 해야지 무작정 화두만 든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화두 앞세워 생활하려 하지 말고 자기가 붙들고 있는 일에 평소보다 더 재미있게 적극적으로 하는데서부터 공부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자기가 해야할 일을 그때 그대 상황에 따라 할 일을 또박또박 하다보면 자기가 하는 일로 인해 기쁩니다. 그것에서 만들어진 행복감이 차분하게 자리잡으면 마음의 여유도 생깁니다. 그 마음 바탕에 ‘이 뭣고’ 하는 의심을 챙겨 가세요. 그렇게 오래오래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화두 챙기는 마음이 일상생활 전반에 스며듭니다. 처음에는 화두를 제쳐놓고 생활을 앞세웠지만, 나중에는 화두가 깔린 상태에서 생활을 하게됩니다. 이럴 때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유사 수행법 자연도태할 것

성불은 생각 말고 화두를 들고 챙기는 그 자체를 행복하게 누리십시오. 그러한 순간순간을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늘여가는 것을 수행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밝아져 지혜가 생깁니다. 모든 존재는 변한다는 실상을 체험하고 집착을 줄이며 급급하지 않고 삶에 초연해지고 자유스러워지는 겁니다.

저는 3분이 2는 대승불교권에서 3분의 1은 소승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공부했습니다. 불교라 하면 대승 소승 다 포함하는 것이고 선이라 하면 간화, 위파사나가 다 포함되는 것이라 봅니다. 간화선이 좋다거나 위파사나가 좋다거나 하는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이미 자신이 선택한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습니다. 염불이든 위파사나이든, 간화선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수행법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저는 어떤 수행방법을 선호하기 보다는 수행하는 사람의 용심 즉 마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파사나 수행을 했든 간화선 수행을 했든 마음을 잘못 쓰면 그 수행은 다 필요 없는 것입니다.

위파사나의 외의 유사 수행법은 그대로 직시하고 있으면 망념이 사라지듯이 잠적합니다. 옛날에도 비슷했습니다. 정법이 아닌 것은 서서히 사라집니다. 사자 몸 속의 충이 사자를 먹어치웁니다. 외부적 요인 때문에 간화선 풍토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내부 문제로 흔들리는 것입니다. 간화선 수행자들이 보완하고 재가불자들이 번창하도록 잘 챙기면 간화선은 새롭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정리= 채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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