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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 체현은 법을 묻는 사람 몫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가르침 체현은 법을 묻는 사람 몫

그때 지지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중생이 이 관세음보살보문품의 자유로운 업과 널리 보이고 나타내는 신통력을 듣는다면, 그 사람의 공덕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좥보문품좦을 설하실 때 대중 가운데 8만4천 중생이 모두 비할 바 없이 평등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어느 덧 좥보문품좦의 마지막에 도착했습니다.
중생을 향한 관세음보살의 일, 그리고 관세음보살의 자유자재한 능력을 듣기만 하여도 그 사람은 한없는 행복과 이익을 얻으리라는 지지보살의 감탄을 마지막으로 좥보문품좦 법회는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지지보살이 이런 말씀을 올리기 바로 전에 무진의보살과 부처님 간에는 다시 한번 길고 긴 대화가 오갑니다. 그 대화는 리듬을 갖춘 시로 이어지고 있는데 대체로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기에 저는 지면상 생략하였습니다. 대승 경전에서는 거의 전부가 ‘그 자리에 있던 00명의 대중들이 깨달음을 이루었다’라든가 ‘보리심을 내었다’라는 표현이 마지막에 자리합니다.

종교나 사상, 학문의 세계에서는 스승과 뛰어난 제자 한 사람 사이에 비밀리에 진리의 핵심이 전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이가 듣지 못하게 가까이 다가가서 진리를 전하면 그것을 전수받은 제자는 스승의 인정을 받은, 대중의 차세대 정신적인 스승으로 떠오릅니다. 인도의 종교철학(우파니샤드)도 그러하고, 선가에서 진리를 전하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경전을 읽어보면 대체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그 자리에서 모두가 제각각의 수준에 적합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법을 감추어두지도 않고 한 사람에게만 비밀리에 전하지도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백 퍼센트 이해하고 제 것으로 체현하든지 다만 일 퍼센트만 이해하든지 그것은 오로지 법을 듣는 그 사람의 몫입니다.

좥보문품좦의 설법을 듣자 수많은 이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고 하는데, 대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먼저 깨달음을 의미하는 ‘보리’를 설명하자면, ‘보리’는 ‘눈을 뜨다’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입니다.

칠흑 같이 깜깜한 황야에 어떤 이가 횃불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자기 옆에 누가 살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며 지내오던 어둠 속의 존재들은 빛을 얻어 눈앞이 밝아졌습니다. 빛을 얻는 순간 여태까지는 몰랐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환히 보게 된 것이지요. 세상에는 자기 혼자만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빛을 얻어서 눈을 뜨고 보니 세상에는 자신만 있었던 것이 아니요, 자기와 똑같은 이들이 셀 수 없이 존재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둠 속에서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이요, 볼품없는 존재일거라 생각하며 탄식 속에서 지내왔었는데 밝은 빛 속에서 자신을 보자니 참으로 기품 있고 우아하고 힘이 넘치는 존재였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대반열반경』) 눈을 떴다는 말은 이렇게 밝게 제대로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보리, 즉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절묘한 구절은 다시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리’라는 말 앞에 ‘아뇩다라삼먁삼-’이라는 길고 아리송한 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 말은 ‘완전한’이라는 뜻입니다. 완벽하여서 더 이상 깨달을 것이 없는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부처님의 경지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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