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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외국인 유학생 참선삼매 들다

기자명 채한기

우곡선원 유학생 참선체험 현장


<사진설명>외국인 유학생들이 죽비소리에 맞춰 참선을 하고 있다.

탁! 탁! 탁!
법당에 죽비 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펴졌다. 53명의 젊은 이방인들은 호흡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며 입정에 들었다. 침묵…. 난생 처음 해보는 반가부좌. 비록 어설퍼 보였지만 임하는 자세는 사뭇 진지했다.

우곡선원이 5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괴산 다보 수련에서 실시한 ‘제 5회 외국인 유학생 참선체험’에는 독일, 스웨덴, 스위스, 중국, 일본 등 13개국에서 53명이 참여했다.
8일 오후 2시 우곡선원이 고안한 선체조를 시작으로 유학생들은 수련에 들어갔다. 낯설은 수련에 앞서 체조를 통해 긴장을 푼 후 한국의 문화와 참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저 앉아 쉬는 정도로만 이해했던 참선이 자아를 발견하고 자기 계발은 물론 무한한 에너지를 표출 할 수 있다는 설명에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만면에 웃을 띤 채 열중했다.

13개국 53명 참여

강의실에서 법당으로 자리를 옮긴 유학생들은 법당에 들어오는 예절과 함께 하산 스님의 지도에 따라 절하는 법을 배웠다. 오른손부터 짚고 발을 포개는 독특한 절 시범을 꼼꼼히 지켜본 후 구령에 따라 하나씩 실습해 갔다. 다섯 번, 여섯 번을 하니 그런대로 폼이 났다. 유학생들은 곧바로 좌선과 호흡에 들어갔다.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다.

한 재가수행자가 그들 앞에 결가부좌를 틀어 보이자 ‘우와’하는 탄성소리를 자아냈다. 모두 당장이라도 따라해 보고 싶어서였는지 발을 엇갈려 보았으나 이내 포기. 어떤 유학생은 옆으로 넘어지고, 어떤 유학생은 되는가 싶더니 ‘아프다’며 바로 풀어버린다. 안된다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안되는데 당신도 안되는군요.”하며 파안대소. 그들의 웃음은 순진무구해 보였다.

다시 반가부좌 자세를 배운 그들은 한 호흡 한 호흡 하며 입정에 들었다. 평생 처음 반가부좌를 틀었으니 꽤나 다리가 아팠을 것임에도 누구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얼마 후 ‘탁’. 손을 비비며 다리를 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죽비소리가 법당을 울렸다. 다시 입정. 지금 그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또 참석 희망” 한 목소리

발우공양 시간. 두 줄씩 일렬로 앉아 서로 마주본 그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발우를 하나씩 정갈하게 놓아갔다. 공양배급이 시작됐다. “김치는 꼭 담으세요. 여러분들은 공양을 마친 후 그 김치로 그릇을 닦고 마지막 한 방울의 물까지 마실 것입니다.” 순간 깜짝 놀라며 얼굴이 일그러지는 듯 하더니 어쩔수 없다는 듯 다시 미소로 바꿔갔다.

발우공양 후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108배 정진에 들어갔다. 사찰예절 시간에 배운 절을 토대로 종교는 달랐지만 정성들여 일배 일배를 부처님 전에 올렸다. 잠시동안의 휴식에 이어 ‘실상관법’, 좌선실수, 포행, 좌선실수로 이어졌다. 밤 10시 30분까지 계속된 수련 일정을 다 한 후에야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 기상한 그들은 도량석과 108배 정진을 한 후 새벽 6시께 좌선실수를 끝으로 참선 교육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독일에서 유학 온 폴리거는 “동양 문화의 대표인 참선에 관심이 있어 참여했다”며 “처음에 앉았을 때는 고향 생각이 났지만 새벽 좌선에서는 뭔가 가슴에서 뭉클함이 전해오는 듯 했다”고 말했다.

우곡선원 장명화 선원장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선의 참맛을 느끼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고요를 체험한 것만으로도 한국선이 얼마나 정갈하고 합리적인 것인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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