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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복 위서 죽을지언정 포기 말고 정진하라

기자명 채한기

日 미야모토 타이호오 향악사 방장 禪법문

저는 제 인생에 대해 방황하던 끝에 출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노이로제로 인한 신경쇠약에 시달렸던 제가 찾아간 절은 2차세계대전 이전부터 있었던 큰 절이었지만 전쟁으로 폭격을 당해 폐허에 가까워 남루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도량으로 들어서자 아주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좌선을 하면 구제 받을 수 있고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부처를 배우려면 자기를 배워야 하고 자기를 배우려면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글귀였습니다. 순간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없애는 게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한 스님에게 인사하니 저에게 던지는 한마디는 ‘안심하세요’였습니다.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내 자신의 병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알게 됐고 나아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법연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자신을 버려라’는 글귀 충격

일본 임제종에는 16개 대본산이 있으며 제가 머물고 있는 고오가쿠지(向嶽寺)는 선의 전성기였던 중국 송나라 시대의 선 수행을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본 임제종에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화두)에 집중하여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로서 일정 기간 동안 주야로 부단히 좌선하는 것입니다. 셋신(攝心)이라고 하는 집중수행 기간이 있습니다.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 중에는 매달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목숨 걸고 하라고 합니다. 7일 정진을 할 때도 7일을 하루같이 수행해야 합니다. 3일째까지는 누구나 잠자지 않고 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일째는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데, 수행하다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저 역시 지난 1961년 셋신 정진 기간 중에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될 정도로 열이 나면서 음식을 전혀 삼킬 수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의사와 주위 사람들은 곧 죽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수행을 계속했습니다. 그 때 저는 죽지 않고 지금도 이렇게 멀쩡합니다. 수행은 정말 죽을 각오로 해야 합니다.

겨울철 수행때도 향악사는 선방 문을 모두 열고 난방도 하지 않은 채, 얇은 옷에 맨발로 정진합니다. 특히 12월 집중 수행 기간에는 새벽 3시 기상해 다음날 새벽 2시에 취침합니다, 아침예불 한 시간, 저녁 예불 30분, 식사와 청소 시간을 제외하고 온종일 좌선합니다, 하루 약 15시간 30분 정도 좌선하는 셈입니다. 이 때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야좌(夜座)라 하여 법당 밖 옥외 툇마루에 앉아 추위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수행합니다. 고깔모자 하나 쓰고 담요 한 장 어깨에 걸치고 눈 내리는 정원을 마주하여 앉아, 살을 에는 삭풍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화두를 듭니다.

너무 혹독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춥다는 생각 그 자체도 집착입니다. 춥다, 덥다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좌선에 진척이 없습니다.
그런데 경계할 것이 있습니다. 추위와 통증, 졸음 참는 것을 수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한다면 극기훈련이 될 뿐입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보리심을 갖고 화두를 놓치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혹한에도 선방 문 열고 정진

임제종에서는 화두만 주고 깨달을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는 법이 없습니다. 독참(獨參)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수행자가 매일 정기적으로 스승과 일대일로 만나 화두에 대한 자신의 경지를 보이고 점검받는 것입니다. 스승에게 화두에 대해 개달은 바를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매일 한 두번, 집중수행 기간에는 매일 네 다섯 번 독참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독참(선문답)을 통해 납자들은 깨닫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아 정진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하루 다섯 차례의 독참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분한 마음(忿心)과 다음 독참 시간에는 제대로 답을 해야겠다는 각성이 화두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화두를 통해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 하며, 자기 자신이 완전히 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볼 때 일사천리로 화두도 통하게 됩니다. 빨리 ‘무’(無)를 보고 싶다, 빨리 깨닫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석가모니와 달마 대사에게도 지지 않는 ‘무’를 붙잡아 보십시오.

일본 불교에서 화두를 하나만 들지 않고 단계별로 화두를 바꾸어 가면서 드는 것에 의아해 하는 분이 많습니다. 옛날에는 화두 하나로 평생 동안 참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두 하나만 깨치면 1700개 화두를 모두 깨칠 수 있을 때의 말입니다. 화두를 단계별로 바꾼다는 것은 화두 하나를 온전히 깨쳤는지 점검하는 방법에 불가합니다. 화두 하나를 온전히 깨쳤다면 1700개 화두를 다 들이대어도 그 자리에서 다 뚫을 것이니, 화두를 바꾼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참 통해 수행력 점검 받아야

수행하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믿음(信 )입니다. 먼저, 불성을 갖추고 있음(本具佛性)을 믿어야 합니다. 자아가 어리석은 집착을 갖고 있다는 것도 믿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기이하구나, 기이하구나. 일체 중생은 모두 여래의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있지만 망상으로 인해 알지를 못하는 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음 속에 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어리석음에 집착하고 있음을 믿으십시오, 자타(自他)가 둘이 아님(不二)을 믿어야 합니다. 인과가 필연적인 것도 믿어야 하며 감응도교(感應道交)도 믿어야 합니다.

그러나 믿음만으로도 깨달을 수 없습니다. 해(解), 즉 이해를 해야 합니다. 부처님이 하신 말씀도 이해가 필요하며 스승이 말한 뜻도 이해가 필요합니다. 믿는 마음이 돈독해지고 이해를 했다면 행(行),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머리로만 이해한 것은 아무 소용없습니다. 수행에 직접 뛰어 들어야 합니다. 수행하는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증(證), 증명되어야 합니다. 수행으로 얻은 그것을 스승을 통해 점검 받아 검증되어야 합니다. 신, 해, 행까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뛰어 들고 있지만 증(證)에는 저조합니다.

증(證)다음에는 입(入), 회향입니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통해 다른 사람도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야 합니다. 수행을 통해 원만한 인격자가 되었다면 무심분별의 마음으로 사람과 이 세상을 감싸 안아야 합니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지금도 회향을 잘 하려고 노력중인 사람입니다.

다시 한 번 근본으로 돌아가, 확실한 믿음을 갖고 향상일로로 간다면, 수행의 초발심에서 무상보리를 성취할 때까지 수행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리-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추앙받는 일본 대표선승

미래불교학회 초청으로 5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일본 임제종 향악사파(向嶽寺派) 방장 미야모토 타이호오(宮本大峰) 스님은 23세 출가해 세납 70세인 지금까지 40여년을 수행에만 매진해 온 선승이다. 철저하고도 엄격한 수행정진과 청정성을 인정 받아 제방의 선객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추앙받고 있는 일본 대표 선승이다.

세납 70임에도 사찰 내 한 암자에서 시자 없이 혼자 살며 법복과 버선을 손수 빨래하며 살고 있는 스님은 선어록 강의도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대학에서의 초청 강의가 쇄도하고 있다.

미야모토 타이호오 방장 스님은 방한 즉시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 정신대 피해할머니에게 한일 과거사에 사과해 수행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법문은 5월 21일 미래불교학회가 주관하고 사)한국불교대원회가 주최한 부처님오신날 기념 ‘불교·미래·수행’주제의 한일불교 학술회의 기조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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