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절수행 박종린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40에 발심…절하며 삶의 가치 깨달아

매일 300배…7년째 매달 3000배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성인(聖人)의 경지와 같을 순 없지만 나이 40인 불혹이 되어도 흔들리지 않기는커녕 뜻도 제대로 세우지 못했으니 어찌 한심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살다가는 불자된 고마움은커녕 사람 몸 받은 감사함도 모르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됐다. 머리로 이해하는 불교가 아닌 몸으로 행하는 불교가 절실히 필요했다. 열심히 하지도 않고 잘 되지도 않는 화두참선은 더 이상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절수행으로 흐릿한 신심부터 확고하게 다지고 싶었다. 한 10년만 투자하면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에 들었다. 그래서 10년간 100만배를 목표로 절수행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10년 전에 시작한 절수행이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남해 보리암에서 24년 전 하루 4000배씩 삼칠일 동안 8만 4천 배 기도를 회향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절하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한 동안 놓아버린 수행의 끈은 나를 꾸준히 하도록 가만두지 않았다. 하다말다의 반복이었다. 한결같지가 않았다. 마음도 덩달아 좋다말다 변덕이 심했다. 도대체 아침 예불과 매일 108배 하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고 이것도 못하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또 나를 괴롭혔다. 하루 밥 세끼는 꼬박꼬박 먹을 줄 알고, 매일매일 몸 눕힐 줄은 알면서도 마음의 양식을 공급하는 일은 어찌 이리도 익숙하지 않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럭저럭 2년 가까이 지내다 어머님 상을 당하고 나서 새롭게 발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육신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나를 불문으로 인도해주신 어머님과의 이별은 내 수행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기게 만들었다. 어머님은 말년의 극심한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지극정성으로 염불을 하셨는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적당히 하는 시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수행하는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절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더 쏟아부었다. 그래서 매일 108배를 거르지 않는 것은 물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요일마다 1,080배 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점차 절하는 일이 몸에 배는 듯 했고, 신심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대로는 일년에 10만배를 넘기기 어려웠다. 어느 세월에 일년에 10만배 해서 100만배를 채우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더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일년에 두 번 밖에 하지 않던 3000배를 매월 하기로 하고 매일 한 번만 하던 108배를 하루 세 번 이상을 하기로 했다. 98년 정초부터는 지금까지 해온 절 숫자는 모두 무시해버리고 다시 계산하기로 했다. 그 해 정초부터 일기장에 꼬박꼬박 기록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절한 숫자를 적고 한 달 한 달 절한 수를 모아 연말에 계산해 보니 한 해 동안 한 절한 횟수가 16만 배나 되었다. 일년에 10만 배도 못해 허덕였었는데 한 해 동안 16만 배를 하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이렇게 6년 동안 꾸준히 한 결과 올 2월에는 당초 목표인 100만배를 앞당겨 마칠 수 있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가능한 현실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부처님의 6년 고행과는 감히 비교도 안되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6년 만에 100만 배라는 가시적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할 수 있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