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적묵여로 2004·KARMA展
차가운 금속을 주된 재로로 삼았던 김 교수가 처음으로 ‘천’을 소재로 선보인 작품의 형상을 굳이 말하자면 가방이다.
배낭가방 형상의 작품을 관조하고 있으면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윤회를 등에 짊어지고 적묵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를 연상시키고야 만다. 거대한 고치인 듯 하면서도 배모양을 형상화한 가방〈사진〉, 그 중앙을 가로지르는 흰천에 초첨을 맞춰 보면 영락없는 죽은자의 몸, 즉 시신을 염한 모습이다.
시신이 스스로 배가 되어 갠즈스강에 유유히 흘러가는 듯 하기만 하다. 가방들은 모두 스스로 인과와 윤회를 내포하고 있지만 정지돼 있지 않다.
조각가는 바로 윤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자신의 적조 여행으로 초대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해탈이다. 전시장에서 두 종류의 작품에는 다른 작품과 달리 주머니가 없다. 무엇인가를 담을 필요도 없음이야말로 텅빈, 바로 해탈이 아닐까!
25일까지 서울 전시회를 마친 이 전시회는 이어서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2차 전시회를 갖는다. 062)236-2520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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