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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섹션 - “농성장에서도 봉축 기쁨 함께 합니다”

기자명 남수연
  • 사설
  • 입력 2004.05.24 14:00
  • 댓글 0

불법체류 속 희망 찾는 네팔 노동자들


<사진설명>연등축제에 참가한 네팔 노동자가 외국인들에게 네팔 전통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찹쌀, 감자, 콩, 계란, 설탕, 우유, 바나나…. 잔치 상이라도 차릴 계획인가. 장바구니가 그득하다. 남자들이 시장 보따리를 풀어놓자 이번엔 기다리고 있던 여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이 재료들을 전부 손질해 놓으려면 밤 늦도록 일손을 놓을 수 없을 듯하다. 옹기종기 둘러앉자 자연스럽게 수다가 터져 나온다. 낯선 이국의 언어. 얼굴 생김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이들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땅 네팔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때 우정국로에서 전통음식과 춤 외에 네팔의 자연을 담은 사진도 전시할 계획입니다.”

단속 피해 준비도 ‘조심 조심’

연등축제 하루 전인 5월 22일 서울 미아동 자비의 집에 모인 이들은 네팔 출신 불자들의 모임인 NBF(Nepal Buddhist Family) 회원들이다. 1995년 창립된 NBF는 해마다 연등축제에 참여해 전통 문화를 선보일 만큼 부처님이 탄생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이 높다. 하지만 연등축제를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은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일부는 벌써 수 개월째 명동성당 외국인 노동자 농성 천막에서 농성 중이다.

“지금도 약 20명 정도의 네팔 친구들이 농성중입니다. 지난 겨울 농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부처님오신날을 농성장에서 맞아야 되니…. 올해는 부처님오신날 법회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네팔 노동자는 약 5천명으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라는 불안한 신분 속에서도 다행히 일자리를 구했지만 단속의 위험 때문에 휴일에도 바깥출입이 조심스럽다. 때문에 NBF 측은 올해 연등축제 참가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성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라도 연등 축제에는 꼭 참가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져 뒤늦게 축제 참가를 결정했다.
NBF 총무 푸르나 림브 씨는 “네팔 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금은 무척이나 힘든 시기”라며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부처님이 탄생하신 네팔의 자연과 전통 문화를 선보임으로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년엔 당당하게 동참하길”

막상 참여를 결정했지만 NBF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외에는 함께 만날 시간이 없는 데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단속’ 소식에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모임이 자꾸 늦어졌다. 결국 음식이며 전시할 사진 등 모든 준비가 연등축제 하루 전날인 22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시작됐다. 시간이 촉박해 등은 미처 만들지도 못했다. 덕분에 변변한 등도 없이 제등행렬에 참여하게 됐다.
NBF 회원 카르나 구릉 씨는 “네팔의 부처님오신날은 네팔력으로 1월 15일, 한국에서는 지난 5월 4일이었는데 대부분의 네팔 친구들은 각자의 직장에서 혹은 농성장에서 보내야 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 내년 부처님오신날에는 모든 네팔 친구들이 기쁘고 자유롭게 이 날을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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