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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섹션 - 평창 극락사서 만난 미래 부처님들

기자명 탁효정
  • 사설
  • 입력 2004.05.24 14:00
  • 댓글 0

개원 40년 ‘연화유치원’ 봉축맞이


<사진설명>극락사 연등축제는 평창 지역의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연화유치원 연꽃반 어린이들의 봉축행렬

제등행사 때마다 수백명의 어린이 행렬

평창지역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수백명의 꼬마부처님들이 머리보다 큰 연등을 들고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기 위해 긴 행렬을 지은 이 곳은 바로 강원도 평창 읍내에 위치한 극락사다. 꼬맹이 천진불들은 아빠가 끄는 연꽃 수레를 타고, 조금 키가 자란 천진불들은 손수 만든 연등을 들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을 축하하고 있다.

극락사의 5월은 봉축 준비를 하는 아기부처님들의 행렬로 분주하다. 그들을 향해 후레쉬를 터트리는 기자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온 한비(7)는 “언니도 같이해요. 부처님 놀이 너무 재밌어. 하하”하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대부분 40∼50대 지긋한 보살들의 연등행렬이 우리네 연등 축제의 일반적인 풍경이건만 이곳 극락사에서는 매년 세살배기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 400~500명이 연등행렬에 동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이들 어린이들은 대부분 극락사 연화유치원 원생들 혹은 졸업생들이다.

올해로 연화유치원이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작은 산골 유치원에서 강원도 지역의 대표적인 불교유치원이 되기까지 좋은 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포교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탄허 스님의 발원으로 1964년 개원한 평창 읍내에 개원한 연화유치원은 90년대 초반 폐원 직전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유서깊은 불교유치원을 다시 살려야한다’는 월정사 주지 현해 스님의 명을 받고 이곳 평창에 파견된 ‘독수리 오형제’가 바로 BBS ‘룸비니동산’의 진행자 자용 스님이었다.

스님이 13년전 이 곳에 도착했을 당시 연화유치원 마당에는 13명의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그야말로 망하기 직전의 상태였다고 한다. 학생수가 1명만 더 줄면 유치원을 폐교해야한다는 설명을 듣고 극락사 툇마루에 앉으니 긴 한숨과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란다.
‘정성이 모이면 바위인들 못뚫으랴’는 심정으로 유치원 건물부터 뜯어고쳤다. 스님이 직접 벽돌을 날라가며 새 건물을 올리고, 우수한 교사들을 확보하는 한편 어머니 교양교실을 만들었다. 공무원인 부모들을 위해 종일반을 편성하고, 아이들에게는 최상의 교육 환경을 제공했다.



BBS 어린이 프로 ‘룸비니동산’의 진행자가 운영하는 유치원, 최고 수준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예절·인성교육을 실시하는 양질의 교육환경, 무공해 사찰음식과 하루 2번 질좋은 간식이 제공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어느덧 유치원 학생수는 부쩍부쩍 늘기 시작했고, 이제는 원생 모집기간에 새벽부터 줄을 서야 입학할 수 있는 유치원으로까지 자리잡았다.
특히 어머니교실을 운영함으로써 가정-유치원 교육의 일원화를 이루어냈다는 것도 연화유치원의 성공비결 중의 하나이다. 어머니들이 직접 유치원 교육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가정에서 어린이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교육효과를 2배 이상 높이는 결과를 이뤄냈다.

또 대도시 문화센터에서 붐을 일으키던 주부 문화교실이 평창 지역에서는 극락사로부터 시작됐다. 유치원 내에 어머니 꽃꽂이, 종이접기, 풍물교실, 합창단 등이 만들어졌다. 일본 유학시절 오라가미(종이접기), 꽃꽂이 등을 배워온 자용 스님이 직접 학부모들을 가르쳐 어머니교실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머니들의 문화교실이 활성화되니 장년층 포교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어머니 불자들의 법회 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비불자, 혹은 기독교인이던 어머니들까지도 상당수 개종하고 있다고. 어린이 포교가 결국 성인포교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평창 사람들에 따르면 이곳 평창에는 유명한 것이 세가지 있다. 그 하나가 『메밀꽃 필무렵』을 지은 소설가 이효석의 고향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가 메밀로 빚은 고들고들한 막국수,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평창의 문화지도를 바꿔버린 극락사 연화유치원이다.
이제 극락사는 연화유치원,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등을 통해 평창 어린이면 한번씩 거쳐가는 공동의 놀이터 내지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개원 40주년 개원기념 봉축법회를 맞는 자용 스님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벅차다. 40년간 극락사 마당을 거쳐간 수천여명의 유치원생들은 어느덧 사회에서 중견으로 자리잡았고, 스님이 손수 콧물을 닦아주던 아이들도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게다가 올해에는 평창 지역에서 연화유치원 출신의 국회의원(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까지 배출됐으니 명실상부한 평창의 명문 유치원(!)이 아니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이 부처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이웃집 누나같은 자용 스님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평창 극락사의 부처님오신날은 천진불들이 노니는 도솔천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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