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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기자명 법보신문

‘영원한 중생’ 생각 거두면
우리는 이미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괴로움을 겪을 때 신음하거나 살려 달라 외치면 그 소리를 듣고 즉시 자비로운 구제의 손길을 취하기에 관세음이라고 이름합니다.
그러니 자연재해를 당하거나 어둔 밤길을 걷는다거나 법을 어겨 묶이거나 억울하게 죽임을 당할 지경에 놓이거든 큰 소리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외치십시오.
시도 때도 없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차오를 때면 그 번뇌의 마음자리에다 관세음보살의 이미지를 올려놓으십시오.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그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간절하게 관세음보살님 앞에 엎드리십시오.

어떨 때에 관세음보살을 기도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지장보살기도가 더 영험이 있을 것 같다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관세음보살님 한분을 향해 지극한 마음으로 절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숱한 보살마하살에게 의지하고 기도하는 효과를 냅니다.

「보문품」이라는 제목에서 ‘문(門)’은 바로 한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을 말합니다. 문을 연다는 것은 그 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이고 문을 닫는다는 것은 그 공간에서 마감한다는 뜻입니다. 현관문을 열면 집으로 들어간다는 뜻이고, 문을 닫는다는 것은 집에 완전히 들어갔다거나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그 집에서 나왔다는 뜻이지요. 문이라는 말은 이렇게 모든 경지와 수준의 경계를 의미합니다. 가장 높게는 부처님의 경지로부터 낮게는 도깨비나 곤충들에 이르기까지 관세음보살이 활약하는 세계는 무한합니다. 게다가 그런 경지를 자유롭게 넘나들려면 그 경지에 적합한 수준이 스스로에게도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지요. 문은 그래서 법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보(普)’라는 말은 두루 한다는 뜻입니다. 한 곳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온세상 천지 모든 생명체에게도 그 힘이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어제는 부처의 경지에서 매우 어려운 설법을 하다가, 오늘은 세상에 태어나서 착한 일은 한번도 한 적 없는 이를 상대로 법을 설하는 능력입니다. 관세음보살 자신에게 편견이나 애착이 있다면 불가능할 것이고, 관세음보살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지금의 나는 힘도 없고 지혜도 없어서 관세음보살의 도움을 좀 받아야 하지만 이분에게는 처음부터 ‘저 사람은 무지한 중생이니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없습니다. 애초부터 어리석고 사악한 중생이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저지른 죄악이란 것도 없고 그 죄악에서 벗어난다는 것도 없는 법입니다. 이런 이치에 밝지 못한 이들이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는 조화에 관세음보살은 그저 허공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응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제발 ‘한번 중생은 영원한 중생’이라는 생각은 거두어 주십시오. 이 생각을 거두는 순간 우리는 이미 관세음보살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봄비는 한 번 내릴 때마다 대지의 온도가 1도씩 올라가고 가을비는 한번 내릴 때마다 1도씩 내려간다던 기상캐스터의 말이 떠오릅니다.

50회에 걸쳐 들려드린 저의 이야기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한 여러분의 열정을 1도씩 올렸을지 아니면 1도씩 내렸을지 참 궁금합니다.
하지만 저는 무조건 여러분에게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계셨기에 저는 「보문품」을 1년 동안 줄기차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1년은 억겁에 걸친 윤회의 난폭한 물결 속에서 발견해낸 섬이었습니다. 저는 그 섬에 올라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러했듯 여러분에게도 그런 시간이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끝〉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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