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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구름 상징이 아닌 靈氣 표현”

기자명 권오영
  • 교학
  • 입력 2004.05.31 14:00
  • 댓글 0

강우방 교수, 학술세미나서 주장
“中-日엔 없는 한국 독창적 양식”

“사찰 건축 구조물의 공포(栱包)는 구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한 영기(靈氣)의 표현이었다.”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지난 5월 15일 연세대 제 3공학관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이화여대 강우방〈사진〉 교수는 ‘한국공포의 기원적 형태와 상징’이라는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 교수는 “공포는 기둥과 보·도리 사이에서 지붕의 하중이 역학적 균형에 맞게 전달되도록 하는 기능적인 요소 이외에 아름답고 역동적인 무늬로 건축의 미를 창출하고 동시에 우주에 충만한 기를 분출하기 위한 사상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단순히 구름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번 논문을 위해 전국에 걸쳐 시대와 지역을 고려해 고려말기에 건축된 수덕사 대웅전과 조선초기의 무위사 극락전, 동화사, 불갑사 대웅전 등을 답사해 공포의 구조와 상징, 그 변화과정을 조사했다. 이후 그는 사찰의 건축물에 나타난 공포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유래된 역동적인 문양에서 기원하고 있으며 공포가 불타(佛陀)의 영기를 표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또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영기표현의 문양이 고려와 조선 전기를 거쳐 조선 후기에 이르러 더 화려하고 강렬한 문양으로 공포에 사용됐음을 주목했다.

이를 통해 강 교수는 고구려의 역동적인 기운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됐던 문양이 고려와 조선의 사원 건축 양식에 반영됐고 불상 뒤의 광배에 이런 무늬를 표현함으로써 부처님의 기운이 풍만함을 형상화하기 위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강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문양과 불상 광배의 화염문, 우리 고건축에서 가장 장식적인 요소가 강한 공포의 형태를 분석하면서 이 모든 것이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유래된 역동적인 기표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기존 한국과 일본 학계에서는 공포가 지붕의 무게를 받치는 기능을 수행하며 하늘로 솟구치는 형태로 구름을 상징해 천상의 건물임을 나타내려 한 것이었다고 이해해 왔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공포에 나타난 문양을 분석해 보면 구름 뿐 아니라 덩굴무늬, 불꽃무늬 등이 나타난다”며 “이 무늬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면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충만함, 덩굴무늬는 영원성, 불꽃무늬는 역동성을 표현한 것으로 이 세 가지 무늬가 서로 어울리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영기 표현을 드러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공포의 구조와 형태는 역동적 상승감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양식은 중국이나 일본의 고건축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의 독창적 형태”라고 강조했다.

<사진설명>서산 개심사 대웅전 공포.

그는 이어 “공포에서 영기 표현의 실상을 알아냄으로써 5세기 이후 즉 삼국시대 이래의 불교미술 뿐 아니라 한국미술 전반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틀을 마련하게 했다”며 “특히 공포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미술사에 나타난 여러 가지 난제를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서산 개심사 대웅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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