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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전문가를 양성하자

기자명 법보신문
보 광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 원장

수 십년 동안 불자로서 살아오다가 중병이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뒤 개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임종시에 개종하는 경우는 대부분 우리 불교가 이들에게 소홀히 대하기 때문이다. 타종교에서는 간병인들을 집중적으로 양성하여 각 병원마다 배치하며, 성직자들도 임상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병인들의 네트워크도 구성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이들에게 종교전문교육도 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환자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못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약한 환자에게 끊임없이 기도해주고 봉사하여 세례나 영세를 받게 하고 만다. 심지어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세례를 주기도 한다.

타종교에서는 환자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지만, 불교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신도들이 입원하면 한 두 번 정도는 문병을 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그 사이에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과 신도들은 매일 같이 병실에 찾아와서 문병하며, 기도해 주고 위로해준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에 익숙해지며, 고마워하게 된다. 특히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병실에서는 종교에 관계없이 기도해 준다. 심지어는 부럽기도 하다고 한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하면, 아침에 신부님이 와서 기도해주고, 다음은 수녀님이 오며, 그 다음은 신도들이 와서 기도해준다. 하루에 적어도 세 번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러니 종교와 관계없이 감사해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포교 차원에서라도 불교에서 이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병들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죽음을 앞두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불교호스피스 전문가를 양성하고, 간병인을 교육하여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이미 오랜 전부터 기독교나 천주교의 대학에서는 호스피스 전문교육을 시켜왔으며, 호스피스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금년부터는 호스피스 석사과정을 개설하여 종교적이고 학문적인 정립과 함께 전문요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불교가 이 방면에 늦었던 것은 불교에서는 간병인이나 호스피스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병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간병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하셨다. 부처님 당시에도 병난 비구를 위하여 무상당(無常堂)을 마련하여 간병하도록 하였으며, 율장(律藏)에서는 간병의 공덕과 방법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또한 부처님께서 직접 병든 제자를 문병하여 위로해 준 적도 있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사찰에서도 병든 스님이나 임종할 대중을 위하여 연수당(延壽堂)이나 무상당을 건립하여 간병하도록 하였다. 스님들의 소임 가운데도 간병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불교종립학교에 호스피스나 간병인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하여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신앙의 힘으로 자신의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약사보살, 약왕보살을 양성하자.

또한 마지막을 부처님의 품안에서 임종염불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삶을 마감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임종시에 나무아미타불 열 번만 부르면 극락왕생한다고 하는 가르침이 있다. 이와 같이 훌륭한 교리를 두고도 말기임종환자를 소홀히 한다면 어찌 부처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를 실천하지 않는 것은 극락왕생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각지대이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각 병원에서 법당을 지키고 계시는 스님들과 개인적으로 호스피스활동을 하는 스님들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체계적인 전문교육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양성하여 활동하여 불자들이 임종을 앞두고 개종하는 일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bkha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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