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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여름, 어떻게 맞을까

기자명 법보신문
일 진 스님
운문사 강원 학감

초파일의 큰 잔치를 치룬 한국불교는 곧 여름철 안거(安居)를 맞이한다. 해마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정해진 날에 행해지는 ‘부처님오신날’법회 행사는 그 순간에 임했던 각자의 마음따라 다양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해마다 이렇게 큰 명절을 지낸 후에는 어김없이 여름안거를 맞이하게 되는 일이다. 계절이 변하고 그 때마다 특성이 있고 그에 알맞은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음은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이제 각기 인연있는 도량에 방부라는 형식절차를 마치고 결제에 들어간다는 후배와 헤어지며 새삼스럽게 여름이라는 계절을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 여름 나는 어떻게 맞을 것인가? 우선 여름철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성장, 무성함, 변화 같은 단어들이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로 울창한 숲 같은 것을 연상하면서 총림(叢林)을 이룬 승가의 철저한 수행 가풍을 배제할 수 없다. 총림이란 높낮이가 없는 빽빽한 숲과 같이 평등하여 화합된 대중이 다 함께 어울려 수행하는 장소가 바로 총림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면 이 여름에 총림에서 맞이하는 안거지절(安居之節)에 어떻게 하면 모두가 평등하게, 평화롭게 안정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각각의 본래 심성을 넉넉하게 성장시키고 더 밝고 크게 열림으로 변화 할 수 있을까?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문수보살은 구도자 선재동자에게 믿음에 관한 간절한 법문은 이르신다. ‘믿음은 도의 근원이 되고 공덕의 어머니가 되며 모든 선근을 길러낸다(信爲道原功德母 長養一切諸養根) 만약 믿음이 없었다면 끝내 도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결국 모든 공덕은 믿음으로부터 토대가 되어야하며 모든 좋은 일의 씨앗도 믿음이라는 물을 주어 콩나물을 기르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믿음대로 (마음먹은 대로)되어간다. 사제(師弟)간에, 부부(夫婦)간에, 부자(父子)간에, 친구, 이웃 그리고 국가간에도 그 신뢰가 무너지고 믿음이 철저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진리와 우정, 사랑과 행복, 평화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옛날 중국에 기(杞)라고 하는 땅이 있었다. 그 곳 사람들은 늘 하늘이 언제 무너질 것인가를 걱정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이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것에서 기우(杞憂) 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니 얼마나 우치한 일인가.

만사를 바르게 믿으면 바르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그대로 되어버린다. 일상적인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화두를 참구하거나 염불을 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신·구·의’ 삼업(三業)을 통하여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면 바로 부처가 되는 것이다. 마치 몸에 병이 생기면 의사의 진단을 믿고 그 처방에 따라 약을 먹고 병고에서 벗어나듯 진리에 대해서 그리고 개인, 국가간의 믿음이 철저하고 온전하였을 때 비로소 평화롭고 안정된 관계가 이루어 질수 있다.

특히 부모 자식 사이의 믿음이 형성되지 못했을 때의 결과는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갑신년에 맞이하는 여름안거철인 이 계절에는 무성한 믿음의 숲이 우거지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우리 모든 서민들이 경제가 어려워서 삶이 너무나 무겁다고 힘들어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서로를, 국가를, 정치를 이제는 진심으로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여름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하안거에 들어가는 나의 믿음직한 후배에게 올 갑신년 여름안거에는 이것만(?) 가지고 정진하면 반드시 부처되어 나와 남이 둘이 없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의 여름 한철이 되기를 간절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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