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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하기 어려운 일

기자명 법보신문

타인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다 보면
내 경계가 무너지고 큰 깨달음 얻어

나는 불경에 나오는 많은 보살님 가운데에 보현보살님을 특별히 예경하고 가슴 속으로 흠모한다. 나처럼 공부하는 학승에게는 책에서 배운 것을 행동으로 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말로만 그치고 몸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그런지 나는 행(行)으로 보여주시는 보현보살님이 참 좋다.

『화엄경』을 읽다 보면 보현보살의 열가지 큰 원(願)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 가운데 내가 항상 가슴속에 새기는 보현보살의 원(願)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번째 원인 수희공덕(隨喜功德)이다. 수희공덕이라 하면 ‘남이 지은 공덕을 따라서 같이 기뻐한다’라는 뜻이 되는데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수희공덕의 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살다 보면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경쟁자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게 아주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의 일처럼 같이 기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또한 자신의 이익과 같이 맞물려 일어난 상대방의 좋은 일이라던가, 같이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는데 먼저 나의 이웃이 그 일을 성취했을 경우에도 상대방의 성공을 진정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것은 큰 마음의 수양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사찰 안에서도 보면 신도님들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의 대부분은 수희공덕을 실천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서로 주지 스님에게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다른 신도가 먼저 주지 스님의 신뢰를 얻어서 사찰내의 큰 직책이라도 얻는 날에는 그것을 시기 질투하여 신도들 간에 편을 가르고 스님과 그 신도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기도 한다. 또한 다른 주변 사찰이나 타종교간의 갈등도 사실은 미묘한 경쟁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서로 다같이 잘 되자’ 하는 상생의 마음을 내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

내가 아는 어느 스님 중에서 이는 결국 수희공덕을 직접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 계시다. 나는 그 스님을 10년 넘게 알고 지내왔지만 한번도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언제나 만나는 사람 개개인의 훌륭한 점만 이야기하고 또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마치 자신의 일인양 다른 사람들에게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그 스님을 보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가운데에서라도 남을 험담하거나 다른 사람의 공덕을 깎아 내리는 언행을 한 일이 없었던가를 반성하게 된다.

요즘 들어 많은 불자들이 깨달음에만 마음을 두고 정진한 나머지 깨달음 뒤로 모든 보살행의 실천을 미루는 경향을 종종 본다. 특히 수행을 한다는 명목으로 수행과 삶을 두개로 나누어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큰 깨달음을 논하기 전에 그 분들이 작은 보살행을 얼마만큼 하고 있나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수희공덕의 실천 안에서도 남과 나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공덕이 나의 공덕이 되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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