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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죽음 준비의 참 뜻은

기자명 법보신문
바쁜데 죽음 준비 해야하나

‘죽음 준비’는 곧 ‘삶 준비’


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 적이 있는 유경씨가 몇 년 전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죽음 준비’와 관련된 강의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고 삶을 되돌아보도록 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반응이 냉담해서 그는 당황했다. 어렵게 준비해 강사까지 모셨건만 끝내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이젠 다 살았지, 뭐.” “칠십이 넘었으니 덤으로 사는 거야.” “이만큼 산 것도 고맙지.”

아무리 이렇게 말씀하셔도 죽음은 피하고 싶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세상인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죽음까지 미리 생각해야 하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죽음준비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례가 많다. 또 죽음 준비는 노인만 해야 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죽음은 나이순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죽음은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관계된다. 죽음준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죽음 준비는 삶과 죽음 각각에 관련해 말할 수 있다. 첫째, 죽음 준비는 삶과 관련해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이다. 둘째, 죽음 준비는 죽음과 관련해 평소에 죽음을 미리 준비해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 두라는 의미이다. 죽음 준비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비해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라는 뜻이다. 죽음준비는 죽을 준비가 아니라 삶의 준비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 준비를 하지 않고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죽음준비는 삶을 이치에 맞게 살아보기 위해 임박해 있는 죽음을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죽음준비교육은 이 땅에서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교육이다. 죽음을 평소에 준비하는 사람은 결코 자살할 수 없으므로, 죽음준비교육은 바로 자살예방교육이기도 하다.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될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죽음을 편안히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라고 달라이라마도 말했다. 삶을 이치에 맞게 살지 않고서 죽음을 편안히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사는 법을 익혀야 죽음을 평온하게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 죽음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도 알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생활을 보다 단순하게 이끌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하찮은 활동과 사소한 관심거리로 삶의 시간을 가득 채우게 되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죽음의 임박성에 대면하지 않게 된다. 죽음의 임박성을 의식하면서 살게 될 때 “만일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자기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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