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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女강원 印 북부 ‘동규 가찰링’

기자명 남배현

21명, 하루 15시간
만트라-대론 수행
비구니 승단 꿈꾼다


<사진설명>텐진빨모가 99년 개인집을 빌어 설립한 동규가찰링 전경.


<사진설명>타시종에 있는 티베트 사원. 앞마당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의 모습이 이채롭다.

뗀진 빨모 99년 설립…가큐파 교육 접목

8천평 부지 불사…남녀불평등 타파 앞장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는 서구 여성으로서 티베트 스님이 된 뗀진 빨모의 수행 역정을 감동적으로 엮은 책이다. 티베트 스님이 됐으나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 깊은 깨달음을 위한, 더 높은 영적인 성장을 위한 수행과 정진의 공동체로 들어 갈 수 없었던 뗀진 빨모는 티베트 고승이나 요기들이 ‘최상의 수행상’을 성취하기 위해 히말라야 고봉으로 향했듯이 옛 고승들의 발자취를 따랐다.

오직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겠다’는 일념을 화두로 그는 12년 동안 절대적인 고요와 고독, 극한의 환경을 그리고 그러한 악조건으로 인해 몸 안 깊숙이 고개를 들이미는 병마를 그저 가만히 관조하며 수행의 한 과정으로 승화시킨다.

수행자가 아닌 여성 운동가처럼 평가되는 것을 대단히 부담스러워하는 뗀진 빨모는 현재 인도 북부 타시종의 둑빠 카규파 사원 안에 있는 동규 가찰링(Dongyu gatsal ling) 사무소에서 비구니 2명, 티베탄 도우미 1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름다운 깨달음의 전승 동산’이란 뜻을 지닌 티베트 강원 동규 가찰링은 타시종에서 20여분 가량 떨어진 ‘빨히 아까라’란 마을에 위치해 있다.

뗀진 빨모가 타시종 인근에 동규 가찰링을 세우게 된 것은 그의 스승인 제8대 깜툴 린포체가 여성 수행자를 육성할 수 있는 승원의 건립을 원했기 때문이다. 동규 가찰링을 개원한 것은 뗀진 빨모가 스승의 유지를 받든 동시에 ‘수행에는, 불성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는 믿음을 구현한 것이기도 하다.

동규 가찰링에는 티베트의 승단에 비구니 계맥을 전승하고 비구니 승단을 세우려는 뗀진 빨모의 원력이 녹아 있다. 한 사람이 빠듯하게 들어갈 만한 히말라야의 동굴에서 수행했던 강한 정신력이,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성불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배어 있다.

동규 가찰링은 1999년 초 티베트나 혹은 히말라야, 라다크, 네팔 등 타시종 인근에서 온 여성 25명을 학인으로 받아들여 공식 출범했다. 15세부터 25세에 달하는 사미니들은 티베트 전통의 수행 법에서부터 불교 철학과 인명, 명상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물론 뗀진 빨모 스님의 지도로 요가 수행과 만트라(진언), 염불 등 기초적인 수행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개인 집을 빌어 도량을 꾸미다 보니 개원 초기만 하더라도 20여명이 함께 숙식하며 대중 수행을 할 수 있는 방사가 부족했으나 지금은 대중 명상실과 강의실, 기숙사 등 3개 동의 건물을 정비해 제법 그럴싸한 교육 도량으로서의 사격을 구족했다.

물론 아직도 20여명 이상의 학인들이 공부하기에는 비좁고 시설도 부족하다. 타시종이 티베트의 4대 종파 중 하나인 카규와 닝마파의 수행 성지로 이름나 있는데 비한다면 동규 가찰링은 티베트 비구니 승단의 역사가 시작되는 신흥 교육 도량 겸 성지인 셈이다. 뗀진 빨모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불성에는 남녀 차별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동규 가찰링은 티베트 불교뿐만 아니라 상좌부 불교 나라의 비구니 승단을 복원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원 초 25명의 출가자로 출발한 동규 가찰링에는 현재 21명의 학인들이 수학하고 있다. 학인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 30분 린포체의 대중 기도와 ‘티베트의 백색돌마 수행’으로 시작된다.

1시간 가량 기도에 집중한 학인들은 30분간 명상과 참선에 들며 오전 7시 공양을 든다. 아침 공양 이후 학인들은 3시간 동안 불교철학과 경전, 티베트어 등을 배우며 오전 공부를 마친다. 다시 오후 1시부터 밤 7시까지 대론에 의한 불교 교리와 영어, 요가 등 빡빡한 일정의 교육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하루 회향 시간은 밤 10시이며 학인들은 밤 7시 30분부터 취침 전까지 대론과 명상을 계속한다. 동규 가찰링의 학인들은 어림잡아 하루 15시간씩 인천의 스승이 되기 위해,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학과 수행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학인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정한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하지만 토요일에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티베트의 전통 탱화를 배운다. 또 일요일에는 학인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택해 식견을 넓히고 수행자로서의 소양을 닦는다.

동규 가찰링의 커리큘럼은 티베트 카규, 닝마, 사캬파 등의 교육 체계에 바탕을 둔 것이며 동규 가찰링의 학인들은 해마다 두 차례 묵언 수행에 전념하기도 한다. 학인 스님들의 기본 교육 과정은 6년이다. 뗀진 빨모는 일주일에 한 차례 이 곳에 들러 계행이나 명상 등을 지도하고 학인들에게 국제적인 뉴스를 전달한다.

동규 가찰링의 학인들은 타시종에서 큰 법회가 있거나 일요일이면 카규파의 큰 스승들을 친견하는 법회에 동참한다. 뗀진 빨모의 스승인 9대 깜툴 린포체나 구루(큰 스승) 등으로부터 법을 구하거나 티베트 전통의 불교 의식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습득한다.

동규 가찰링은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타시종에서 15분 가량 떨어진 곳에 8000여평의 부지를 마련해 보다 여법한 비구니 교육 도량으로서의 사격을 갖추기 위한 불사를 진행 중이다. 늦어도 2007년 중반기까지 요사채를 비롯한 도서관, 법당, 식당 등의 건물을 완공해 완벽한 비구니 교육 도량으로서 거듭나겠다는 것이 뗀진 빨모의 복안이다. 새 동규 가찰링에서는 80여명 이상의 여성 학인들이 수학할 수 있다. 동규 가찰링 불사에는 대만이나 싱가폴, 스리랑카,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의 불자들이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인도에서 티베트로 불교가 전승될 무렵 비구니 승단은 이미 파괴됐다. 티베트에 비구니 승단이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티베트 비구니 승단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달라이라마는 물론 티베트의 여러 고승들과 논의하는 데 진력해 온 뗀진 빨모는 “부처님께서 선뜻 비구니 승단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의 제도와 관습 등 때문이었고 그 이후에도 시대에 따라 여러 가르침의 차별상이 나타났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수행 공동체에서 남녀의 차이는 없으며 성불할 가능성 역시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뗀진 빨모는 비구니 승단을 세우는 일이나 상좌부 등 여러 나라 불교 교단 내에 상존해 있는 남녀 불평등한 요소를 타파해 나가는 작업을 동규 가찰링을 통해 이루려 하고 있다. 미얀마나 태국, 스리랑카 등 상좌부 불교 국가의 여 수행자들이 동규 가찰링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도 타시종=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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