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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수와 태안사

기자명 법보신문

적인선사가 동리산문을 개창한 도량


<사진설명>태안사 입구 전경

태안사 가는 길, 그 길에는 지금 개성 짙던 떡잎의 나무들이 녹색 살진 숲을 이루어 그 숲의 6월 언어는 모두 개체를 고집하지 않는 화합의 노랫말로 울려 온다. 태안사는 동리산 서쪽 천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는 산자락에 아늑히 자리 잡고 있다. 동리산을 봉두산이라고 했으니 봉황은 오동나무 열매를 먹고 살므로 동리라 해서 오동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오동나무숲 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절 이름도 세간의 티끌이 미치지 않는 심산 유곡으로 선승들이 수도하기 좋은 곳이라 하여 통일신라 시대에는 대안사라 하였는데 조선 후기에 평안하라는 의미를 더 붙여 태안사로 불리게 되었다.

보성강 하류 나루터에서 태안사 입구까지의 6km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계곡과 기암괴석 밑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곳곳에 폭포가 있어 세속의 귀를 씻어 주고 있다. 정심교에서 절까지 2km의 비포장 도로 길 양쪽에는 잡목숲이 터널을 이루어 새소리, 매미소리 모두 법구경을 읊고 있어 여기가 바로 선계임을 알게 한다.

이 절은 신라 경덕왕 1년(742년)에 세 분의 신승에 의해 개창되었는데 이 절이 구산선문의 한 축으로 곡성, 구례, 광양, 운암 등을 아우르는 동리산문을 열게 된 것은 육조 혜능에서 남악, 마조, 서당 지장으로 이어지는 그 지장선사께 적인 혜철선사가 헌덕왕 6년(814년)에 중국에 가 선을 배워 심인을 얻어 신무왕 원년(839년)에 귀국하여 쌍봉사를 거쳐 이곳 태안사에 머물면서 동리산문을 개창해 이름이 드러났다. 특히 풍수 지리에 능한 도선국사도 적인선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고려 때는 태조 왕건과 교유하던 광자대사가 왕건의 도움으로 대가람을 이루었고 조선조에는 효령대군의 원당으로 원당완문이 전한다.

산문에 들면 제일 먼저 능파각이라는 특이한 다리를 만난다. 다리 위에 누각을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그 다음은 봉황이 날개를 펼치려는 듯한 일주문은 봉황문이라 한다.

이 절이 고찰임을 말해 주는 부도를 향하면 입구에 배알문이라는 낮은 대문이 세워져 있는데 누구나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그 안에는 적인선사 부도탑인 조륜청정탑이 있는데 적인선사가 77세에 입적하자(861년) 신라 경문왕이 선사의 시호를 적인, 탑호는 조륜청정이라 내려 세운 것이다. 조형미가 돋보이며 장중한 품위를 갖추고 있으며 광자대사 부도는 더 세련미를 엿볼 수 있고 비신 없는 광자대사 탑비도 있다.

이 밖에 효령대군이 시주하여 조성한 직경 92cm인 대바라 한 쌍과 대웅전의 400근 짜리 동종은 세조 3년(1457년)에 만든 것인데 깨어져 선조 14년(1581년)에 다시 고쳐 만들었다. 직경 1m인 금고는 영조 46년(1770년)에 주조 된 것이다.

6·25때 일주문과 배알문을 제외하고는 옛 당우는 소실되었지만 태안사적을 통하여 소상히 그 역사를 알 수 있어 큰 다행이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 귀중한 문화재가 잿더미로 변했으니 너무나 가슴 아프다.

세월이 흐를수록 푸른 역사는 형형한 눈빛으로 되살아나는 법인가? 116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청정 수행으로 선·교·율을 스스로 실천하고 가르치신 적인선사의 더운 입김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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