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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학성선원

기자명 이재형

365일 매일 안거
간단없는 정진으로
진면목 마주한다


<사진설명>전각의 가장 위쪽에 자리잡은 선방. 수행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경봉-월산선사 주석…수행가풍 여전

주력-절 병행…재가선원 건립 추진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학성선원. 그곳을 찾았을 때는 뜨거운 햇살에 아스팔트조차 물엿처럼 끈적이는 오후였다. 그러나 전각의 웅장함 때문일까. 멀리 문수산에서 시작된 기세등등한 산줄기가 슬며시 고개를 숙이는 남산 기슭에 둥지를 튼 선원은 오히려 당당하고 힘차 보였다.

푸른 잔디밭과 물고기 몇 마리가 꼬물대는 작은 연못을 지나 계단 앞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화려한 단청보다도 학성선원(鶴城禪院)이라고 쓰인 현판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우면서도 고매한 기품이 느껴지는 서체가 예사롭지 않다. 작은 법당과 식당이 있는 1층을 지나 2층 큰법당에 올랐다. 법당 중앙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울산 시내를 한 눈에 굽어보고 있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절을 하거나 주력수행을 하는 불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좁다랗고 가파른 계단을 타고 다시 3층으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울산에서 그 유명하다는 재가선방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20여 명의 수행자들이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다. 신기하게 도심사찰임에도 마치 깊은 산사의 선방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꼿꼿한 허리와 자연스러워 보이는 결가부좌, 거기에 작은 움직임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재가수행자들.


<사진설명>울산 학성선원 전경.

존재의 근원을 통찰하고 나와 우주의 진면목을 철저히 자각함으로써 활활자재한 자유의 삶을 체득한다는 선(禪). 지금 이 순간 이들은 깊은 선미(禪味)를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곳 선방은 수행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다.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굳은 서원을 세운 불자에게만 입방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이곳에서 수행을 시작하는 불자들은 일년 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매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은 참선요가를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찰에서 요가를 하는 것은 병을 다스리는데 목적이 있다기보다 잘못된 일상생활이 불러온 온전치 않은 몸과 마음을 순수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데 있다.

“3년 전부터 이곳에 나와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가정일하랴 참선하랴 바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안애윤, 56, 왕생행)
“지난 3월에 명예퇴직을 하면서 참선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날마다 나옵니다. 참선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예성일, 해봉, 52)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낮에는 좌선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매일 새벽에 이곳에 들러 1시간씩 좌선을 합니다. 선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에게 마음 다스리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김강호, 38, 도우)
그렇다고 학선선원이 오로지 선(禪)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력이나 참회수행도 이 곳 선원의 빼놓을 수 없는 수행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일 오전마다 열리는 법회 때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100번 이상 독송하고 있다. 주력 수행은 업장 소멸에 아주 효과적일 뿐 아니라 마음을 집중시키는데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 두 달에 한 번씩 10일간 자비도량참법을 중심으로 한 참회법회를 열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울산 지역 재가수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학성선원. 하지만 선원의 이러한 수행지향적인 성향은 비단 근래의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학성선원이 처음 생긴 1920년대부터 이러한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일제시대 한국불교가 점점 왜색화되고 세속화되어갈 무렵 수행을 근본으로 삼는 청정수좌 스님들이 마음 놓고 수행과 포교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 바로 학성선원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찾은 스님들은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행을 지도하고, 재가불자들 또한 스님들을 도와 중창불사를 거듭했다. 그러던 중 70년대 초 울산도시계획으로 인해 사찰이 도로에 편입되자 현재 학성선원의 회주이자 대강백인 덕민 스님이 이곳으로 선원을 옮겼다. 그리고 그 때 사찰 터를 직접 정해주고 현판의 글씨까지 써 주었던 분이 바로 경봉 스님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원을 옮겼지만 오히려 이후에 더 많은 선사들과 불자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경봉 스님을 비롯해 근대의 대표적인 선지식으로 불리는 향곡, 석암, 월산 스님 등도 이 곳에 머무르며 수행을 지도했던 스님들이다. 또 우룡 스님도 조실로 있으며 불자들에게 실천적인 법문과 기도 방법으로 많은 불자들을 이끌기도 했다.
학성선원은 이러한 수행의 전통을 계승해 참선도량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동시에 누구나 이곳을 찾아 수행할 수 있는 열린 선원을 지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재가자들이 정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수행공간을 따로 건립하는 동시에 어린이 포교를 위한 불교유치원 설립도 서두르고 있다.

학성선원 주지 현진 스님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참된 주체적 삶을 스스로 살지 못하고 존재와 생명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며 “불자들이 수행과 기도를 통해 참다운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도량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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