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⑪ 사형수의 마지막 증언

기자명 법보신문
죽음준비의 중요성과 관련해 사형수들의 마지막 증언을 우리는 다음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첫째 죽음은 사람을 크게 변하게 한다, 둘째 인간 행위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 셋째 죽음에 임해서 바뀌면 너무 늦는다, 넷째 죽는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다.

1. 죽음은 사람을 크게 변하게 한다.
사형이 선고된 막가파의 최정수는 “사람을 살해한 저는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진짜 미친놈이 할 짓을 내가 왜 했는지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심한 애인을 납치해 살해한 뒤 체포된 김인제도 불교에 귀의해 죽은 애인의 영가를 위해 기도하면서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기쁘게, 환하게 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살인을 저질렀을 때에는 매우 포악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감옥에 수감되어 사형을 언도받을 무렵에는 지극히 선량한 모습으로 바뀌어 동일한 사람의 행위일까, 같은 사람의 말일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죽음을 기점으로 해서 크게 변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살았을 때 익숙했던 주위사람과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평생 동안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놓아둔 채 빈손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기점으로 해서 그 이전과 이후가 크게 바뀌게 된다.

2.인간 행위의 엄청난 폭
최정수는 김경숙씨를 흙으로 파묻으면서 범행이 발각될까봐 옷을 벗겨 알몸으로 묻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녀를 흙으로 덮어 매장하는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이런 그가 화면 속에서 선량한 사람의 얼굴표정을 지으면서 “미친놈이 할 짓을 자기가 왜 했는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면을 통해 우리가 직접 볼 수 있지만, 그토록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그가 어떻게 저처럼 선량한 표정을 지울 수 있을까. 한 사람이 그렇게 대조적인 언행을 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정수처럼 인간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지극히 악하게 될 수도 있고 지극히 선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사형수들의 대모로 일컬어지는 헬렌 프리진 수녀가 사형수 패트릭을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가 살인자인 줄 알고 있었기에, 만나기 전까지 수녀는 불안했다. 하지만 막상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얼굴은 선량한 사람,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수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행위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 인간으로 태어나 동일한 시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똑같이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성인으로까지 추앙받는 사람도 있고, 잔인한 살인을 저질러 사형당하는 사람까지 있지 않은가.

3.죽음에 임해서 바뀌면 너무 늦는다
사형수는 사형선고를 계기로 크게 바뀌었지만 사형이 언도된 다음에 바뀌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잔혹한 살인행위를 저지르기 이전에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형수가 자신의 행위를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처럼, 일반 사람의 경우도 평소에 죽음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자 후회해야 소용없기는 마찬가지. 건강하게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죽음준비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점검하는 편이 훨씬 의미있다. 죽음준비는 죽음에 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보다 일찍,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죽는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사형수의 경우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더라도, 그가 저지른 행위는 결코 없어지지는 않는다. 사형수는 형집행과 함께 죽음을 맞게 되지만, 그 행위의 피해자와 가족의 상처는 지워질 수는 없다. 죄는 용서될 수 있고 잊혀질 수는 있어도, 그 행위는 결코 없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죽음 이후의 삶은 논외로 치더라도, 죽은 이후에 일생동안 행했던 행위가 용서되거나 잊혀질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는 업의 형태로 저장되기 마련이다.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