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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 어우러진 불미전 될 것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7.05 13:00
  • 댓글 0
손 연 칠
불교미술대전 운영위원
(동국대 미술학과 교수)

제 20회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이하 불미전)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근간의 일부 신문에서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깊은 책무감을 느낀다. 불미전에 공모코자 하는 많은 분들에게 공모전의 정체성이 정확히 전달돼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공모요강에서 “현대”라는 용어가 사라졌기 때문에 “현대불교미술” 분야가 제외됐다고 오해한 듯하다. 그러나 결코 제외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그동안 전통과 현대라는 모호한 개념의 분리가 고착화돼 마치 그것이 서로 다른 장르처럼 인식돼 불교미술의 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 오래전에 폐지돼야 했던 잘못된 구분방식이다.

그동안 일반 사찰의 수요와 공급에서 뿐만 아니라, 불교미술의 유일한 공모전조차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모사 모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에 큰 비중을 두어 온 것이 사실이다.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는 이 시대 불교미술의 탄생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아마도 전시대의 양식을 최고의 가치인양 숭배하면서 미술의 전통은 오직 손으로만 계승되는 것이라고 보았거나, 이 시대의 신도나 사회를 왕권 암흑시대의 민중과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불교미술의 정의를 혼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많은 분들은 불미전의 이런 점이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폐습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개선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정체불명의 주장이 너무 강하게 제기되다보니 지금까지 궁여지책으로 전통불교미술과 현대불교미술분야로 분리해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무용계와 음악계를 살펴보자. 춤이나 음악분야는 전통 계승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그것은 작법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들이어서 오직 인간과 인간에 의해 전승돼야만 원형이 보존, 계승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정신의 중요성 때문에 전통 분야와 창작 분야를 “한국무용”과 “창작무용”으로 구분해 공연하고 있으며, 음악에서의 공식명칭 또한 “국악”과 “창작곡”이라 하고 있다. 여기에서 “현대국악”이라 하지 않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무용이나 음악과는 달리 미술은 전통의 개념이 전혀 다르다. 미술은 시대의 연속선상에 놓여 끊임없이 변화 발전돼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정선의 금강전도와 마찬가지로 고려불화와 조선불화도 현존하는 역사적 유물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 할 필요가 있다. 그 또한 시대를 달리해 탄생된 창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시대의 작품들만 계속해 모사 모조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불교미술계가 오히려 역사의 단절이요, 전통의 단절이 되는 것이다. 일반 미술계에서도 “전통한국화” 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며, “현대한국화”라는 명칭도 사용되지 않는다. 이점은 일본의 불교미술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남긴 불교미술품은 역사적으로 이 시대의 작품일 수밖에 없으며 다만 작품성의 우열이 있을 뿐이다.

미술은 당연히 창작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미술품은 예술적 가치를 잃는 것이 된다. 불교미술 또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불교미술 공모전에서도 현재와 미래를 위한 창작에 초점이 맞춰져야 마땅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에 많은 작가들의 관심과 열정이 집중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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