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중심? 그렇다면 온 우주가 뉴욕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말인가? 뉴욕이 미국 안에서 경제와 문화의 중요한 도시이고 그 중에서도 맨하탄 타임 광장이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우주의 중심을 타임 광장이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나이 어린 미국 청년의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런 오만은 비단 미국인들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계 중심의 나라라는 의미로 이름에 아예 가운데 중(中)을 넣었고 , 로마제국은 ‘세계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면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는 식의 로마 중심적 사고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국 중심적 사고는 꼭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것 같다. 자신이 믿는 종교나 자신이 속한 인종과 성(性), 혹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나 자신의 삶의 형태에 대해서도 오만으로 비추어질 수 있을 만큼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면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위장해서 떠돌아다닌다는 데 있다. 더욱이 지금 세상은 중세 시대처럼 한 나라, 한 종교, 한 인종, 한 지역 중심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다원화되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외국 국적의 노동자들이 우리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고, 성차별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종교 또한 다양해져서 이슬람과 같은 예전엔 잘 들어보지도 못했던 종교가 우리의 삶으로 성큼 진입하고 있지 않은가. 기존의 불교나 기독교 내에서도 무수한 갈리면서 분화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무조건 자신의 삶의 방식이나 종교, 인종, 국가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다거나 세상에서 최고라는 식의 주장은 맞지가 않는다. 그렇게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 사람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살아 보거나 다른 모든 종교를 자신이 지금 믿고 있는 종교만큼 진실되게 믿어본 후에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제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판단하려 들고 있다. 거기다 자신의 그러한 판단을 다른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객관적 사실처럼 주장하고 있다.
나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스님이라는 이유로 십자가를 나에게 들이대면서 ‘지옥간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들이나 ‘불교가 귀신 집단의 종교다’ 라고 외치면서 자신들의 종교만이 유일하게 옳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교에 대해 얼마나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라고 종종 물어 본다. 그들의 외침이 뉴욕의 한 구석이 우주 중심이다 라고 주장하는 어린 미국 청년의 외침과 비슷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