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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현의 『선시(禪詩)』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7.19 13:00
  • 댓글 0

불교문학의 새 장르 개척

선의 세계 표현한
한시 500편 수록

스님-불교적 작품
‘선시’로 격상된 계기



1976년 석지현 스님이 편역한 『선시(禪詩)』가 출판되자 불교계의 독서층과 선승들은 물론 문학계 역시 매우 신선하고 경이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선시(禪詩)’라는 매력적인 테마와 용어가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공식 사용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중국, 한국 고승들의 시(詩) 가운데서 선취(禪趣) 있는 시를 모아 시적(詩的), 문학적으로 번역하고 주(註)와 해설을 붙인 책으로서 국문학계와 현대문학계로 하여금 ‘선시(禪詩)’라는 새로운 연구테마와 ‘장르’를 탄생시킨 책이었다.

또 이 책으로 인하여 선승들이 읊은 선시는 음풍농월의 일반인들의 시(詩)와는 완전히 다른 선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노래한 오도송으로 차별화 되었고, 현대문학에서도 스님들의 시(詩)를 비롯하여 불교적인 시(詩)까지도 모두 선시로 격상되었다.

석지현의 『선시(禪詩)』는 편역서이다. 앞에서도 간략히 언급했지만 이 책은 중국, 한국 선승들의 어록과 문집, 그리고 기타 불교관계 전적을 일일이 열람하여 한시(漢詩) 가운데 선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문학적 가치가 돋보이는 선시 약 500여 편을 뽑아서 원문과 번역, 해설과 주(註)를 붙인 책이다. 해설에서 선시의 여러 문체, 장르를 구분한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었지만, 선의 세계를 시적(詩的) 감각으로 잘 번역한 것이 이 책의 생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벽암록』, 『무문관』 등 선어록에서나 봄직한 짤막한 해설과 평은 더욱더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애독하게 만들었다.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까지 불교출판계는 거의 문화의 공백기로 읽을 만한 책이 드물었던 때였다. 지성인이 독서할 만한 책이 귀했던 시대, 시(詩)와 소설을 필두로 불교와 문학과의 관계가 점점 대중과 문학도 사이에서 회자되던 시대, 그 시대 『선시(禪詩)』는 그들의 정신세계와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때론 이 책 속에 수록된 한편의 선시를 읽고 스스로 현실을 초탈한 선의 세계에서 노닐고 있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당시 불교와 문학의 언저리를 맴돌았던 사람 치고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편역서이지만 만해의 『불교대전』에 이어 본 연재 속에 넣은 것은 이러한 문화사적 이유에서이다.

석지현 스님이 이 책을 편역할 무렵, 대략 그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물론 그는 이미 60년대 말(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의 시 부분을 통하여 등단한 시인으로서 시적(詩的)인 감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선승들의 난해한 시(詩)를 선적(禪的) 문학적으로 잘 번역 해설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선과 한시(漢詩)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30대 초반으로서는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그 후(1997) 20여년 만에 다시 중국, 한국, 일본 선승들이 읊은 선시(禪詩)와 선취(禪趣)가 물씬 풍기는 당송 시인들의 시 1431편을 모아 2,1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선시감상사전』(2권, 중국, 한국편. 민족사)을 간행하였다. 역시 이 책에서도 선시에 대한 그의 특유한 감상과 해설은 때론 본문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석지현 스님은 1946년 부여에서 출생하여 16세 때 부여 고란사로 입산 승려가 되었다. 동대 불교대를 나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인도를 좋아하여 오랜 기간 인도를 순례했다. 시집으로는 『비원(悲願)』, 『혼(魂) 잠재우는 노래』 등이 있고 저술로서는 『선으로 가는 길』 『불교를 찾아서』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마하무드라의 노래』, 『바가바드 기타』, 『우파니샤드』, 『법구경』, 좥숫타니파타』 등이 있다. 요즘은 7년째 선서의 최고봉인 『벽암록』을 역주하고 있다. 46판, 1976, 현암사.

윤창화 〈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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