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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事가 남발되고 있다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선 무엇이든 그럴듯한 명분만 앞세우면 다 옳은 일이고 좋은 일이라는 식의 논법이 유행하고 그것이 정당화되는 경향이다.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처님을 위해서’, 혹은 ‘통일을 위해서’라는 명분만 내세우면 그저 다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이며 적합한 것이라는 식의 통념이 지배하는 것이 항다반사다. 무지를 깨고 어리석음을 탈피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진수인데 그와는 정반대로 나가는 것이 요즘 우리 불교계에 널려있는 유행병이며 일반적 행태이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부처님은 형상에 집착하는 제자들에게 심지어 “그저 모습만으로 나를 찾고 들려오는 음성만으로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은 바르지 않은 길로 떨어져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라고 까지 말하셨지만 그런 말을 들었던 제자들 가운데 부처님의 그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한 이는 그때도 적었고 지금도 역시 적다는 것이 진실인 것 같다.

그 일례가 최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불사 일 것이다. 해인사 신행문화 도량 불사와 내원암 신축 불사 그리고 해인사 팔만대장경 동판제작 불사는 물론 긍정적인 목적과 명분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나라 대표적 사찰의 하나인 법보종찰 해인사의 수행공간을 수호하면서 신도들과 관광객의 편의도 제고하겠다는 뜻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해인사측은 대적광전에서 1.5km 떨어진 현재의 성보박물관 터와 상가부지 8600평에 신행문화도량을 세우고, 거기에 동판대장경 법당과 출가체험자 숙소, 공양간, 주차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근 3천평에 이르는 옛 삼선암 터에 큰스님방과 법당, 그리고 식당 등 내원암을 신축한다는 것도 명분이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보면 이미 엄청난 규모의 대불조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해인사가 또 엄청난 비용이 드는 불사를 계속 추진하는데 대해 의구와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한 두 푼도 아닌 수백억원이 드는 불사를 겁도 없이 추진하는 스님들의 배포에 감탄하면서도 이 불황기에 신도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형상과 호사취향의 대작불사에 몰입하는 것이 결국은 부처님의 근본 뜻을 저버리는 그릇된 신행아 아닌가 걱정하는 마음도 지울 수 없다.

필자 역시 ‘대작불사’강행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동판대장경 조성불사와 같은 허황한 작업을 벌이는 것은 이제 그만 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는 세계 문화유산이며 민족의 자랑인 고려 팔만대장경의 위대성을 훼손하면서 부처님을 위해서나 나라 경제를 위해 결코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인사측은 동판대장경 불사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다 체계적이고 엄밀하게 보존, 유지하여 길이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거나 ‘인경작업, 우수한 우리문화의 교육 홍보, 다양한 체험 등 폭넓은 활용을 통해 민족문화의 계승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750년전에 목판으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이지 지금 만들어지는 동판대장경일 수 없다. 동판대장경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목판 대장경을 대신할 수 없는 별개의 대장경일 뿐이다.

그리고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빌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명분도 있지만 홍보 포교수단이 별로 없었던 당시 목판인쇄술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널리 펴고자한 진리 홍포의 깊은 뜻일 것이다. 전자보관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날 구태여 동판복사본 불사를 하는 것은 별 의미도 없다. 그러니 ‘21세기 신대장경을 조성하려면 한글로 쓴 신대장경을 CD나 디스켓에 보관 보급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정말 부처님의 뜻을 펴는데 어떻게 몸으로 실천해 보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gong007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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