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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안하면 스승 참뜻 전할 수 없죠”

기자명 이재형

수행 통역사들의 세계



지난 90년대 이후 위파사나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남방불교 수행자들이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린포체 등 티베트 스님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달라이라마는 한국인을 위한 수행법회를 마련하는 등 불교수행에 있어서도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리고 이런 세계화의 배경에는 바로 ‘통역사’들이 있다. 이들은 외국 큰스님들과 한국불자들의 입과 귀가 되어 대중들에게 법을 설하고 또 수행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행통역사 누가 있나=현재 불교계에서 수행통역을 자주 맡고 있는 사람은 약 20여 명. 80년대초 미얀마에서 위파사나 수행을 했던 거해 스님을 시작으로 범라, 혜송, 등현, 미산, 지산, 청현 스님, 케마 김도희 씨, 조성순 씨, 김재성 법사, 법해보살 등도 남방불교권 스님들의 수행통역을 오랫동안 해온 통역사들이다. 여기에 달라이라마를 비롯해 티베트 불교권 스님들의 법문이나 수행 지도를 통역하고 있는 분들로는 봉녕사 승가대학 중강 설오, 티베트 탕카 전문화가인 귀산, 달라이라마의 제자인 청전 스님, 번역가 주민황 박사 등이 있다. 수행법문이나 수행인터뷰를 통역하고 있는 이들은 통역사인 동시에 수행자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자신의 외국인 스승의 통역을 맡는 경우도 많다.


<사진설명>한국 불자들의 질문을 달라이라마에게 전달하고 있는 설오 스님.

◇좋은 통역 위한 눈물겨운 노력=현지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해서 통역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특히 수행통역의 경우 현지어는 물론 팔리어나 범어 등 불교원전언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본인 스스로도 깊은 수행체험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1년 내내 하루 2시간 자가며 수행했다.”(혜송 스님) “달라이라마의 통역을 잘하기 위해 티베트에서 7년여 수행했고 또 테이프를 들으며 통역연습도 했다.”(설오 스님) “법문하실 내용을 미리 알아 밤새워 공부한 적도 많다.”(김도희)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좋은 말씀’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대중들이 법문하는 분을 불신하고 폄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통역하는 당사자들도 대부분 수행의 ‘고수’인 경우가 많다.

◇수행통역의 어려움=한 사람의 말을 그냥 집중해서 듣는 일도 어려운데 그 모든 말을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통역하는 일은 초긴장의 연속이다. 심지어 법문하는데 있어 통역사의 고려 없이 10~20분씩 길게 얘기하는 경우에는 통역사의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곤 한다. 또 추운 겨울날에도 하루 종일 외부에서 이동하며 통역을 하거나 하루 종일 서서 통역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청중들의 불경스런 자세나 통역사에 대한 홀대도 통역을 힘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외국인 스님들이 지도하는 수련회나 법회에 참가한 불자들이라면 좋은 법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 통역사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수행통역을 위한 능력=최고의 통역은 통역사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통역이다. 현재 교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행통역사들이 말하는 유능한 수행통역사의 조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 △독실한 신심과 수행력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도 논리정연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분석력 △많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종합력 △경전에 대한 풍부한 이해 △편안한 음성과 세련된 언어구사력 △건강한 체력과 인내심 △법사에 대한 존경과 대중들에 대한 자비심 등.

◇수행통역사 전망과 과제=티베트불교나 남방불교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수행통역의 필요성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반대로 템플스테이 등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수행을 지도해주기 위해서도 수행통역사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의 불교수행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일러주고 지도할 수 있는 수행통역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행통역사를 양성할 수 있는 종단차원의 대책과 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봉사를 요구하기보다는 정당한 보수를 주는 풍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국제특보 미산 스님과 김재성 법사도 “달라이라마가나 대만 성운 스님 등이 세계적인 종교지도자가 된 데에는 통역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며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선 유능한 통역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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