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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티베트 불교의 어머니였다

기자명 남수연
  • 불서
  • 입력 2004.08.02 15:00
  • 댓글 0
『예세초겔』
설오 스님 옮김 / 김영사


티베트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것은 6세기지만 국교로 정해진 것은 티송데우첸 왕 (742-797) 때였다. 이 책은 티송데우첸 왕이 불교를 티베트에 두루 전파하기 위해 인도의 위대한 고승 파드마삼바바를 초청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미타부처님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파드마삼바바는 인간 세상에 밀법을 전파하겠다는 원력을 갖고 지혜의 여신인 양짼마를 통해 그녀의 화신을 티베트 땅에 잉태시킨다. 그가 바로 전기의 주인공 예세초겔이다. 초겔이 태어나자 호수의 물이 불고 수많은 꽃들이 피었으며 천녀들이 축복의 시를 노래했다. 초겔의 일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비로운 이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이적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전기보다 판타지 소설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분명 전기로 분류되는 이유는 그녀가 실존 인물이었으며 이 책이 초겔 스스로의 구술을 받아 적은 자서전이기 때문이다. 파드마삼바바는 모두 25명의 제자를 두었는데 초겔은 그중 한 명이었으며 지금까지도 티베트 불교의 어머니로 추앙 받고 있다.

여성으로 태어난 초겔은 갖은 고난과 고초를 이겨내고 탄생 설화의 예정대로 밀교를 전하기 위한 수행자가 된다. 파드마삼바바를 통해 그의 모든 수행과 밀법을 전수 받은 것이다. 일생에 대한 기록이라는 전기 본래의 목적에 걸맞게 책에서는 초겔의 수행과 밀법의 전수 과정도 매우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초겔의 삶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당시 티베트에 퍼져있던 외도 특히 본교를 물리치고 불교를 국교로 우뚝 세우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초겔은 왕과 신하들,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교리와 신통력으로 외도들을 완전히 굴복시켰다. 이로써 불교는 티베트의 국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초겔 또한 비구니 승단을 조직해 수많은 여성들이 수행을 성취할 수 있었다.

초겔의 일생은 그 자체로 티베트 불교의 역사이며 여성도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절대 경지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흔히 성인이나 위인들의 생애가 미화되고 신격화되듯 초겔의 일생도 신비주의적인 티베트 풍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다. 특히 곳곳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몸을 이용한 수행에 대한 묘사는 읽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초겔의 자서전을 번역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역자 설오 스님은 “중요한 것은 그런 수행을 할 수 있는 근기나 경계에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이런 수행자들은 이미 범부들의 상대적이고 이원화된 개념을 초월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겔 전기는 그녀의 제자인 겔와장춥과 남케닝뽀가 초겔의 구술을 기록한 것으로 그 책들은 초겔의 예언대로 17세기에 댈돈 딱샴쌈덴링빠가 발굴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소개되었으니 초겔이 이것 역시 예지하고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17,9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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