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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기자명 법보신문

사경은 한국불교의 가장 오랜 수행법
진리 마음에 새겨 실천하는 것 의미

“사경(寫經)을 하는 법은, 닥나무 뿌리에 향수를 뿌려 생장(生長)시키며 닥나무가 다 자란 연후에는 닥 껍질을 벗기는 자나 연마하는 자나 종이를 만드는 자나 사경을 하는 자나 표지와 변상도를 그리는 자, 표구를 하는 자, 심부름을 하는 자 모두 보살계를 받아야 하며 재식(齋食, 음식을 청결히 가려 먹음)해야 하며 위의 사람들이 만약 대소변을 보거나 누워 자거나 음식을 먹거나 했을 때에는 향수로 목욕을 한 연후라야 사경하는 곳에 나아간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사경, 신라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754~755년) 사성기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사경은 불교가 전래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17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소중한 신행활동이었다. 사경이 없이는 전법이 이루어질 수 없었으니 불교의 수행법 중 가장 중요한 신행법이자 가장 오래된 수행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경은 경·율·론 삼장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삼장은 예로부터 법보로 숭앙되어 왔다. 法이라는 글자는 물이 흐를 때 순리에 따른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글자다. 즉 인간이 순리대로 살게 하는 방법이 진리이자 법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진리의 말씀을 옮겨 적는다는 것은 진리를 따르겠다는 신심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이런 까닭에 사경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청정히 비워져 있어야만 그 비워진 마음에 부처님의 법이 오롯이 담겨지는 법이다. 그래서 서두의 신라 사경 사성기처럼 사경에 참여하는 심부름 하는 자까지도 보살계를 받아야만 했고 모든 과정을 청정히 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닥나무를 재배함에 향수로 길렀음을 통해 사경의 사성에 얼마만한 청정을 추구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성으로 모두 비워낸 자리라야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길 수 있다.

사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베껴 씀과 동시에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그 의미를 마음에 새기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본래 수행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닦고 행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다. 그러면 무엇을 닦아야 하느냐, 마음이다. 그러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내 안에 있다. 내 안의 마음을 조절하여 행동의 근본으로 삼는 것, 그것이 바로 수행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를 바로 보아야 한다. 자기를 바로 보는 방법은 부처님 말씀 속에 있다. 따라서 수행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거창한 것은 모두가 가식이다. 진정한 수행은 요란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가식이 없는 본 모습을 찾는 것, 그것이 수행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사경 또한 마찬가지다. 요란할 필요도 화려할 이유도 없다. 다만 비틀거리지 않고 곧장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다. 그런 점에 있어서 여법한 사경의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길을 전통사경은 제시하고 있다. 사경수행의 모든 과정과 체재를 부처님 말씀에 근거한 여법함 속에서 최상승법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으로 이 란을 통해 가장 여법한 사경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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