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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Hi! 한국불교 세계화 첫 걸음입니다”

기자명 채한기

‘영어공부 비지땀’ 봉선사 주지 철 안 스님

“해브유 에버빈느 불국사?”
(Have you ever been to bulguksa?)
“예스 아이 헤브”(Yes I have)

“후디쥬 고우 루 불국사 위드?”
(Who did you go to bulguksa with?)
“아이웬투 불국사 위드 마이훼밀리”
(I went to bulguksa with my family)

“불국사 대신 들어갈 수 있는 말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조계사, 송광사, 해인사, 중국, 영국, 미국, 일본, 스리랑카, 인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영어는 이렇게 쉬워요.”

8월 10일 오후 2시 봉선사 어린이 유치원. 34도의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10여명의 대중은 화가이자 영어 강사인 영국인 제럴드씨의 강의에 열중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봉선사 영어학당. 국제화 시대에 영어 회화를 공부한다는 것이 그리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본사 차원에서 그것도 주지 스님이 직접 영어 회화의 중요성을 인식, 학당을 이끌고 있다면 그 의미는 남다르다.

주지 부임 후 영어학당 개설

봉선사 영어학당은 지난 해 10월 봉선사 새 주지로 부임한 철안 스님의 원력에 의해 지난 3월에 개설됐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한 시간은 기본 회화를 배우고 다음 한 시간은 응용회화 구사에 주력한다. 기본교재는 『NEW AMERICAN STREAMLINE』. 평소에는 매주 20여명이 수강한다. 한 여름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아 다소 줄었지만 곧 복귀(?)할 것이란다.
<사진설명>제럴드씨의 강의에 열중해 있는 대중
학당에 모인 불자 수강생들의 성원은 대단하다. 두 시간 동안의 공부를 마치면 누군가 준비해 온 떡과 과일, 음료수를 놓고 담소를 나눈다. 가능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궁색할 때는 스스럼없이 우리 고유의 언어를 섞는다. 이날은 동동주를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강사 제럴드씨의 동동주에 얽힌 사연 ‘동동주 스토리’를 들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친구와 동동주를 마시다 취했는데 남은 동동주를 냄새까지 풍기면서 손에 들고 버스에 승차하고는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넣었다는 에피소드였다. 특별한 통역 없이도 제럴드씨의 이야기를 거의 이해하는 듯 순간순간 다 함께 박장대소했다.
박명오 보살은 영어학당에서 배운 실력을 베트남 여행 때 남편 앞에서 톡톡히 선보인 후 재미가 붙어 더욱 더 열심히 학당을 다닌단다. 이른바 일류 대학을 졸업한 남편도 입이 안 떨어져 외국인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웠는데 박명오 보살이 당당하게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귀국하자 마자 남편은 새벽 영어회화반 학원 강의를 접수하고는 부인과 경쟁하듯 열심이란다.

주지-신도 도반사이 웃음꽃 활짝

이 자리에서 ‘주지’와 ‘신도’라는 상하 간격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공부하는 도반일 뿐이었다. 하루를 가름하며 철안 스님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습니다. 머나먼 이국에서 우리 땅을 밟고, 우리 산사를 찾는 인연은 실로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를 찾아온 그들에게 우리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합니다. 우리문화의 우수성은 둘째치고라도 부처님과 탑에 대한 설명 하나 제대로 못해 줍니다. 어떤 이교도 통역자는 부처님 앞에서 절하는 것을 가리키며 ‘미신’이라고 설명한다고도 합니다. 비록 지금은 짧은 영어로 시작하지만 5년 아니 10년 이내라도 우리 스스로 영어회화 능력을 향상시켜 우리 산사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유산과 불교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합시다. 외국인 포교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철안 스님의 얘기가 끝난 순간 모두 새로운 의지를 다지려는 듯 큰 박수로 답례했다.

철안 스님이 이처럼 열일을 마다하며 영어학당 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철안 스님의 이러한 원력은 4년 전 봉영사 주지로 있을 때부터 세워졌다. 당시도 철안 스님은 영어학당을 운영하며 공부에 매진해 왔던 것이다. 누구보고 하라마라 할 것 없이 스스로 솔선수범해 직접 외국인들을 맞이하겠다는 신념의 발로였다.

티베트불교의 힘은 영어

파격적이면서도 소탈한 인격의 철안 스님은 산중은 물론 재가불자들에게도 높은 신망을 받아왔다. 봉영사 주지 시절 사찰 불사를 위해 중장비 자격증까지 취득해 포크레인을 직접 운전, 축대를 쌓으며 가람을 정비하는가 하면 봉영사에 들어 온 도둑을 직접 잡아놓고는 ‘참회문’을 쓰게 한 후 자비를 베풀어 돌려 보낸바도 있다. 신구의 삼업을 조심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이라고 확신하는 스님은 요사채 앞에 눈과 귀, 코를 막은 조각상을 세워놓기도 했다. 봉선사 주지 진산식 때는 일체의 화환을 받지 않는 대신 자비의 쌀을 받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당일 접수된 쌀은 40Kg 600개. 모두 인근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

외국인 포교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은 영어회화에서 시작한다는 철안 스님은 그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티베트 불교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데는 달라이라마의 힘도 크지만 승가의 유창한 영어실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봅니다. 우리 불교도 세계적인 불교가 되려면 세계 공통언어인 영어를 통해 우리 불교의 진수를 적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찍이 눈을 떴어야 하는데 늦었습니다. 그러나 늦었음을 알았을 때 가장 빠르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해야지요”

철안 스님은 종무행정 외에도 가을에 있을 예정인 ‘숲길 걷기’, 사이버 법당의 차원을 뛰어넘는 ‘또 다른 세상 나만의 법당’등의 인터넷 불사 등 향후 추진해야 할 사업과제를 안고 있다. 한글대장경 1,000질을 제작, 전국 종합대학과 연구기관 티베트, 일본을 비롯한 유수 세계 사찰에 증여할 예정이다. 한글대장경 한 질은 350권. 1,000질이면 8톤 트럭으로 40대 분량이다.

이렇듯 한 본사의 주지로서 풀어야 할 난제가 산재해 있음에도 철안 스님은 영어 공부만은 빼놓지 않고 있다. 한국불교가 세계로 나아가는데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하기 위함일 것이다. 봉선사처럼 다른 본사에서도 이러한 풍토가 조성된다면 우리 불교는 그만큼 세계로 더욱 가까이 다가설 것이다.

남양주=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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