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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이후 내면적 상실감 수행으로 귀착

기자명 남배현

왜 수행에 빠져드나

출가 수행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그 동안 자신이 쌓아 놓은, 평생 일군 전문인으로서의 업적까지도 포기한 채 수행에만 전념하기 위해 사찰 혹은 수행 센터로 입문하는 이가 적지 않다. 공무원이나 대학의 교수 또는 강사, 공영방송사의 전 사장 등 사회적으로 그 위치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적어도 물질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하등의 득이 될 게 없는 출가 수행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얼까. ‘부자’를 좇는 세간의 당연지사에는 역행하는 현상이다.

출가 현상의 원인으로는 우선 수행과 일을 함께 병행해 온 친 불교적 성향의 지식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때 ‘수행’에만 전력을 다하기 위해 출가 수행을 택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불자라면 살아가면서 한번쯤 ‘출가 수행’을 꿈꾼다. 나름대로의 원칙과 계율에 따라 수행해온 지식인층이라면 일과 후의 수행에 만족할 리 없고 자연스레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길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사회가 경제적으로 더욱 발달하면서 정신적인 황폐화는 심화되고 있다”면서 “물질적인 혹은 업무적인 차원의 성취감이나 만족이 정신적인 궁극의 행복까지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에 명상이나 자아를 찾아가는 선 수행 등에 지식인층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성공을 하면 할수록 일에 대한 충족감은 쇠해 가는 반면 구도열은 그와 반대로 상승하고 급기야는 수행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100년 전보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과학화로 적어도 물질, 경제적으로는 훨씬 발달했다. 그러나 행복감은 100년 전보다 상승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들 대다수가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내면의 안정을 찾고자 한다. 즉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구도의 길을 택하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점이 지식인층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수행을 택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별정신병원 최훈동 원장은 “사회적인 지위는 최고조에 도달했으나 노년기 또는 생을 마감해야 할 시기에는 지위나 성공과는 관계없이 대단히 높은 내면적인 상실감에 젖어 들 수도 있다”면서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완성의 길을 찾게 된다”며 수행 열기의 원인을 분석했다.

출가 수행에 대한 관심과 관심의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실제 출가해 수행하는 이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지식인이나 지도층들이 수행에 진력하려는 현상은 분명 포교와 불교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속리산 법주사강원 전 강사 정묵 스님은 “출가 연령을 제한하고 있는데 출가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연령에 관계없이 출가해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수준 높은 인재들이 승단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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