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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망상을 짓지 말라

관음 상호 보며 기도하면 순일

기도 수행의 요체는 망상을 여하히 극복하느냐에 있다. 염불(念佛)이란 말 그대로 기도 시간만큼은 오로지 부처님을 생각해야 하는데 실지로 순일하게 정신을 모으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자세는 그럴듯하게 앉아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천사량만계교(千思量萬計較)를 시시각각 부린다.

만일, 입으로는 부처님 명호를 외우면서도 생각은 다른데 있으면 그것은 송불(誦佛)일 뿐, 염불은 못된다. 기도 중에 계추를 생각했다면 염불이 아니라 염계추가 되고 돈을 생각했다면 염돈이 된다.

그냥 딴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망상이 없는 듯 하다가도 기도시간만 되면 온갖 잡생각이 뒤끓는 것은 활동의식이 가라앉으면서 갇혀있던 의식이 서서히 되살아 나는 것이다.

언젠가 한 보살님이 찾아와서 기도를 해서 큰 영험을 보았다는 얘기를 하였다. 내용인즉 자신이 옛날 초등학교 옆 짝궁 이름을 기도 중에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 기가 차서 한마디 말로 ‘망상일 뿐이다’라고 하였더니 의기소침해 하였다.

그러면 기도 중에 잡생각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만일 헛된 망상이 일어나면 그냥 내버려두고 빨리 부처님 쪽으로 돌아와야 한다. ‘내가 왜 이런 잡생각을 할까’라든가 ‘이런 망상을 피우면 안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그 자체가 망상이 될 뿐이다. 참선에서 화두 챙기듯 금방 관세음보살을 머리에 떠올려야 한다. 기도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집중력에 있다. 이 집중력을 헤집고 들어오는 티끌만한 잡생각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나 만일 이를 우습게 생각하면 겨울철 바늘구멍에서 황소바람을 맞는 꼴이 될 것이다. 망상은 업식(業識)이므로 꼭 호주머니에 넣어둔 송곳과도 같아 방심만 하면 금새라도 삐죽거리고 튀어나와 자기 주인공을 찔러댄다. 늘 스스로 단속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망상은 바람에 잠시 누운 풀처럼 금방 꼿꼿하게 머리를 쳐들고 일어서는 속성이 있다. 망상을 피워가면서 기도하는 이가 있어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르나 결국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아무튼 불교수행 일반이 출렁이는 마음 바다를 가라앉히는 일이므로 기도 중의 망상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저 법성게(法性偈)에서도 ‘파식망상 필부득’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어떻게 이 망상을 제거할 것인가.

첫째는 관세음보살 상호를 쳐다보면서 기도해야 한다. 만일 가정에서 혼자 기도를 할 경우는 사진을 보면서 하면 된다. 둘째는 큰 소리로 염불하거나 여럿이 같이 기도한 테이프를 털어놓고 그 분위기에 젖는다.

셋째는 만일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사대육신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절을 하면 금방 망상이 잡힌다. 천배, 2천배 넘어가면 육신의 피로함 때문에 헛된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넷째는 108염주를 들고 한번의 호흡지간에 관세음보살을 외우는데 염주 한 알에 관세음보살 한번을 부르면서 단숨에 108개를 다 돌리는 수련을 반복한다. 다섯째는 ‘관세음보살’을 일자 일배 사경하면 금방 기도 삼매에 들 수 있다.

부처님 가피를 입는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는 망상이 절대 동석(同席) 할 수 없다.



영남불교대 학장 053)474-8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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