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다란 긍정

기자명 법보신문

고정된 관념의 틀이 커질수록 내면의 괴로움도 커지기 마련

우리 삶의 본질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그저 있는 그대로 여여한 모습이다. 어느 한 쪽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 수행자의 삶이다. 한 쪽을 고집하면 고집한 만큼 그대로 되지 않았을 때 괴로움이 생긴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지만 꼭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되어서 좋고, 저렇게 되면 저렇게 되어서 좋은 그런 텅 비어 있는 삶일 뿐이다. 마음 속에 고집을 텅 비워버렸을 때, 꼭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을 때 우리의 삶은 참으로 맑아지고 자유로워진다. 본래 고정된 것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신랑감을 고르는데 키는 170이 넘어야 하고 4년제 대학도 나와야 하고 연봉이 얼마 정도는 되야 하며 성격좋고 인물좋고 돈도 많고, 이런 단서를 달아 두게 되면 많이 달아둘수록, 또 그것에 많이 고집할수록 괴로움만 커갈 뿐이다. 스스로 정해둔 잣대에 스스로 빠지게 된다.
생활 속에서 이런 저런 일을 추진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고정지어두면, 또 그 고정된 관념의 틀이 크면 클수록 괴로움 또한 점점 커지게 마련이다. ‘반드시’라는 것은 없다. ‘절대’라는 것은 ‘절대’없다. 그 어떤 것도 모든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다. 자신의 생각을 깊이 고정짓지 말라. 내 생각대로 되면 그대로 되니 좋은 일이고 생각대로 안 되면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으니 잘 되려고 안되는 것이구나’ 하고 크게 마음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크게 긍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긍정과 부정을 나누어 놓고 그 가운데 긍정을 택하라는 말이 아니라 긍정 부정을 초월하는 대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부정도, 절대적인 긍정도 없다. 다만 내 마음에서 그렇게 만들 뿐인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나누는 그 마음만 버리면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은 걸림없는 대자유를 얻는다.
지금 이 사람 아니면 절대 안 된다거나, 이 직장 아니면 절대 안 된다거나, 이 대학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큰 착각이고 어리석음이다. 그것이 아니어도 된다. 그 직장이 아니면 이 직장이라도 좋고, 이 사람이 아니면 저 사람이라도 좋다. 진리는 어느 한 쪽에 딱 고정되어 있지 않다. 진리는 유연하고 항상 활짝 열려있는 자세를 취한다.

이 세상이라는 곳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한 곳이 아니다. 부처님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거나,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나쁜 쪽으로 이끌고 가지 않는다. 오직 부처님은 우리를 큰 자비로써 이끌 뿐이다. 오직 대긍정으로, 우리를 참 진리로만 안내할 뿐이다. 다만 우리 스스로 고정짓고, 고집하고, 욕심부리며 집착하기 때문에 세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이 세상은 늘 진리의 나툼만이 있다. 이것을 선택해도 진리며, 저것을 선택해도 진리이다. 되면 되는 대로, 안되면 안 되는 대로, 그것이 모두 길이며 진리이다.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은 세상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래도 괴롭고 저래도 괴로운 억지스런 세상을 살 것인가.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법상 스님의 세심청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