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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죽음지수-죽을 때와 자기 살아온 모습

기자명 법보신문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온다면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지수로 널리 쓰이는 지표가 IQ, 지능지수이다. 지능지수 이외에 감성지수(EQ), 도덕지수(MQ), 창의력지수(CQ)가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폴 스톨츠 교수는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를 만들어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운 역경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최고 경영자의 중요한 자질로 꼽히자 AQ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AQ는 어려울 때 더 필요하고 빛을 발하는 덕목이다. 역경지수는 무모한 배짱이나 근거없는 깡다구와는 다르다. 냉철한 현실인식과 합리적 판단(IQ), 역경에 맞써 흔들리지 않는 감정적 균형감과 인내(EQ), 자기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책임감과 윤리의식(MQ), 역경을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능력(CQ)이 모두 AQ 안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이하느냐 하는 과제와 관련해 필자는 ‘죽음지수(DQ : Death Quotient)를 제안하고자 한다. 삶에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역경에 마주치게 된다. 그런 역경 가운데 극복하기 곤란한 고통이 바로 죽음이 아닐까. 최고 경영자가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의 리더쉽이 평가받는 것처럼, 우리는 죽음이란 최고의 역경을 어떤 식으로 통과하느냐에 의해 조금도 가감됨이 없이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받는다. 지능지수, 감성지수, 도덕지수, 창의력지수는 인간능력의 특정한 부분을 측정하지만, 죽음지수는 인간의 존재 자체, 영혼의 성숙 정도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죽어가는 사람이 보여주는 7가지 반응이 있다. ①두려움, ②부인, ③분노, ④삶의 마무리, ⑤우울, ⑥순응, ⑦희망. 임종자의 7가지 반응에 입각해 죽음지수 역시 7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두려움에서부터 세번째 분노의 단계까지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반응이고, 여섯 번째 순응과 일곱 번째 희망의 단계로 올라서야만 비로소 성숙된 모습으로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죽는 그 순간 좋든 싫든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 삶에는 거짓이 통용되지만, 죽는 그 순간 자신 존재 값어치는 남김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임종환자는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 영적인 고통을 받게 된다. 말기환자가 겪게 되는 육체적 통증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기 마련이지만, 의학의 발달로 모르핀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말기환자의 육체적 통증을 90%까지 제거할 수 있다. 육체적 고통과는 달리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고통은 개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죽는 순간 문제되는 것은 육체적 통증이 아닐지도 모른다. 육체적 통증 보다 사회적 고통이 훨씬 더 강할 수 있다.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중년 남성의 경우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경제적 문제가 커다란 고통이 된다. 이제 곧 죽게 된다는 자각,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매순간 다가오고 있다는 정신적 고통, 그리고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영적인 고통도 임종환자의 마음을 괴롭힌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왔을 때 크게 낙담해 절망할 수도 있고, 죽을 때 죽더라도 보다 밝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행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을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죽음을 맞게 될 때 우리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죽음에 직면한 임종환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낙담하기 쉽다. 그러나 죽음을 인생의 도전이자 자극,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요구된다. 죽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누구든지 적절하게 노력하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다. 인간은 육체적으로 쇠약해져도. 정신적으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죽음은 성장의 마지막 단계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이번 추석날 오랜만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제사를 올린 다음, 제사와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 자신은 어떤 식으로 죽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음지수를 7 단계로 체크해 보는 것도 죽음준비의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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