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염불보다 생활에 충실해야 하나요?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은 악업 끊겠다는 용기에서 시작

Q. 나름대로 염불정진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눈길이 그리 곱지 않습니다. 염불보다 생활에 충실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법회에 열심히 참석하여 정진하는 사람을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종교는 그렇게 빠져드는 게 아니야. 부처님도 적당히 믿어야 한다. 우리도 불교를 믿지만 말이야”하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언뜻 듣기에 아주 그럴듯한 말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온통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의 생활은 하나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부처님 법을 머리핀과 같이 장식하고 살겠다는 은밀한 뜻이 웅크리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가족 간의 우의를 다지기 위해서 모이는 게 더 낫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고스톱을 치면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과연 오늘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마음은 각자 딴 데 가 있으면서, 맛난 불고기를 먹으며 시시덕거린다고 인생의 근본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적당히 시간이 내서 사월초파일 같은 날에나 법회에 참석하겠다는 것은, 그 나머지 시간 동안 자신의 생명가치를 돌아보지 않고 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설사 그런 마음자세로 법당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한다고 해도 다리 아픈 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
믿음이란 삶의 근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자신답게 대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있어서 진실이기를 바라는 사건이나 사물만을 말하는데 길들여져 왔습니다. 우리의 일생만을 본다면 수 십 년의 세월을, 그리고 인류가 살아온 날들을 감안한다면 수 백 만년을 말입니다.
이렇게 단 하루도 자신을 마주하지 않기에, 보통사람들의 나날은 온갖 공포로 가득 차 있게 됩니다. 자신을 일러 죄인이라고 하거나, 혹은 팔자가 나쁜 사람이라는 투로 너무나 쉽게 우리의 참생명을 모독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무서운 신이 있다고 그것이 내 인생 자체를 어쩌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부처님가르침의 핵심은 이렇게 삐뚤어진 삶에 대한 여지없는 단절에 있습니다. 아닌 것을 가지고 맞는다고 하고,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무책임한 세상풍조입니다. 반면에 이렇게 뒤집혀진 망상을 한칼에 베어버리는 분이 부처님입니다. 삶의 근본에 자리하고 계신 우리의 참생명입니다. 그리고 그 부처님을 잊지 않는 것이 염불 아닙니까?
따라서 극락왕생은 그럴듯한 구호가 아닙니다. 공짜로 얻을 수도 없습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우리를 얽매어 왔던 굴레들을 끊어버리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구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정신생활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전존재를 던져 일생을 살아야 합니다. 믿는 그대로 받는 것이 인생입니다. 자신이 인정하는 범위의 틀 속에서는 불안과 두려움만 생깁니다. 그 틀은 평안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구속하기에 그렇습니다. 문사수법회 법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