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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열쇠-수행

기자명 법보신문

집착 청산하는 게 수행의 시작

더불어 하는 수행은
더불어 행복 만든다


한 지역에만 갖힌 문화는 이젠 다시없다. 오랜 동안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었던 불교도 특정 지역의 종교가 아니다.
따라서 종교의 우열도 분명히 판가름 나게 되었다. 불교가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어가는 것은 그 우위성 때문인가.
불교 수행에 더없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도 그 수행인의 수가 나날이 늘어가고 질적으로도 일진월보(日進月步)의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나 자신의 경우를 돌아보더라도 수행의 입문이 그리 쉽지 않은 것만은 알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내용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또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경(經)자체가 그런 것인가.
참선 공부는 화두를 들고 의심을 내야 한다. 이런 가르침은 천편일률적. 어떤 공안이고 “이뭣고”가 전부이다. 그 이상은 알아서도 안 되고 또 알 필요도 없다. 자득기묘(自得其妙), 스스로 체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심의 좁은 소견으로는 이런 가르침이 마땅치 않을 땐 이제까지 익혀온 자신의 지식과 체험을 동원한다. 그러니 스승의 의도와는 십만팔천리나 어긋나고 만다. 가르침이 아무리 자당해도 지산이 익혀온 세계는 이에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로 새로 접하는 고귀한 가르침과 안에서 익혀온 친숙한 버릇은 자연 갈등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납득을 못해서가 아니다. 낯설기 때문이다.
실은 이제까지 쌓아놓은 재고(在庫)를 쓰려버려 마땅하건만, 정겨운 것에 대한 미련에 끌리고 만다. 오랜 과거의 축적이 일조일석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그 청산 또한 하루아침에 털어버리기 어려운 것. 나자신 지금도 그러하지만 마음을 비운다 하는 것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손바닥 뒤집듯 옛 친구를 멀리하고 새 친구를 가까이 하기가 그리 간단하랴. 일체의 세상사(世上事)는 습관의 연속이라. 한 순간에 어떤 관습도 이루어질 수 없듯이 습관을 고치는 것 또한 흘러가는 물처럼 떠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주옥같은 선사의 진리와 나 사이를 가로 막는 것은 역시 은산철벽 같은 업장. 그 높고 두터운 은산과 철벽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세월만큼 우리의 업장도 모이고 쌓이는데 실로 무량의 시간이 흘렀으리라. 다시 산과 벽을 허물고 업장을 녹이기에 또 얼마나 많은 헤일 수 없는 세월이 필요하랴. 이것이 초심자가 가야할 아득하고 장원한 과정이리라.

요컨대 우리의 수행을 방해하는 큰 장애는 무시겁래로 익혀온 각자의 편견. 제 나름대로 가꾸어 온 선입견. 바로 그런 것들이다. 수행자들이 해야 할 기초 작업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집을 지워버리는 일. 이 세상에서 일상적으로 얽히고 설킨 모든 갈등, 그것은 바로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집착 그것이다. 고로 우리의 수행은 이런 집착을 청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편견과 아집을 떠난 상태가 바로 정념(正念)이라 하는가. 개인의 이런 정념은 인류의 평화로 통하리라. 하지만 그리 먼데 있지 않을 것이다. 수행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
따라서 수행은 특수한 몇 몇 사람의 필수품이 아니다. 만인이 누구나 해야할, 할 수 있는 그리고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몇 몇 사람이 행복을 누린다고 해서 그것이 인류의 진정한 평화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더불어 하는 수행은 더불어 행복을 만든다.

조달공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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