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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안락사 논란의 세 가지 대안

기자명 법보신문

법적제도 어렵다면 대안으로 극복하자

안락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소극적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전국의 성인 1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에서 ‘회생이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가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를 그만두고 빨리 죽을 수 있도록 퇴원시켜달라고 요구할 경우, 의사가 퇴원시킬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76.5%가 찬성해 반대 23.3%에 비해 훨씬 많았다. 지난해 4월의 71.6%보다 약간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6월29일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해 유죄확정판결을 내렸으므로, 퇴원하고자 하는 환자 가족과, 이를 저지하는 병원과 의사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의미 없는 목숨연장이 죽음보다 더 잔인하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안락사 반대자들은 의료현장의 생명경시풍조를 크게 우려한다. 또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중 게르만민족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안락사를 촉진시킨다는 명목으로 나치정권이 신체장애자와 정신병자를 말살시키는 형법을 제정하였고 또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 비극이 일어난 바 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이나 극빈자의 경우 ‘죽을 권리’가 ‘죽어야 하는 의무’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안락사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안락사를 법제화하는 식으로 추진하다가 얼마 전부터 이런 식의 움직임을 중단한 바 있다. 그렇다면 소극적 안락사를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안락사 논란의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달라이라마의 스승인 딜고 켄체 린포체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가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 그를 위해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한층 낫다. 생명 유지 장치가 곁에 있어도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그 장치를 작동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계속 생존할 방법이 없고, 또한 그 장치를 작동할지라도 단지 아무런 의미 없는 생명의 연장을 위해 그의 삶에 인위적으로 집착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연명치료장치가 죽음이란 위급한 국면에서 고통, 불안, 그리고 혼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불교의 가르침과 임사체험의 증거로 볼 때, 혼수상태에 빠질지라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온전하게 의식할 수 있다. 따라서 죽기 전에, 죽어갈 때, 그리고 몸과 의식이 최종적으로 분리될 때까지 환자를 평온한 분위기 속에 머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필자는 뚜렷한 해결책 없이 논란만 거듭되고 있는 안락사 파문과 관련해 이 문제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음같이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에게나 죽음준비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널리 알리고,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죽음준비교육을 활성화한다. 둘째,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죽음을 평소에 대비하고, 치료가능성이 더 이상 없을 경우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편안히 수용하고자 하는 자기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서’에 서명한다. 단순히 리빙윌에 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자신의 삶, 죽음, 그리고 죽음의 방식에 대해 평소에 미리 심사숙소하자는 것. 셋째 호스피스의 철학은 죽음을 패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므로, 사람마다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세 가지 대안이 충분히 논의되어 시행될 수 있다면, 안락사 논란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수 있을 것이고 죽음의 질과 함께 삶의 질 역시 점차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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