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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법도 이제는 근기에 맞춰야죠"

기자명 법보신문

‘관심수련’ 지도하는 방 기 연 법사

지난해 가을 방기연 법사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고향 원주로 돌아왔다. 오랜 도시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있었던 까닭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겠다는 서원에서 시작한 상담자의 길. 지금까지 수천 명의 얘기를 들어왔건만 정작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깊은 울림은 외면했었는지 모른다. 때로 상대방을 위한다는 생각에 상담자로서 지켜야할 원칙보다 의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미숙함이 오히려 상대방의 상처를 덧나게 했고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절망감 안고 낙향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절망감, 불연 듯 마음 속 밑바닥까지 휘감고 도는 싸늘함은 온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 때 서울생활을 접고 먼저 고향으로 향했던 형님이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 회색의 콘크리트 도시를 뜨자.” 아내도 동의했다. 그렇게 시골생활은 시작됐다. 하지만 수십 년간 도시에 익숙했던 몸과 마음은 쉽게 따라 주지 않았다. 늘 좇기는 듯 바쁜 일과 속에서 살아야 했던 나날들. 무엇인가 허전하고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가 불쑥불쑥 일곤 했다. 그러나 고향의 하늘과 땅은 참으로 넉넉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몸도 마음도 편안해져 갔다. 어릴 적 하루 종일 뛰놀던 산들과 냇가. 자연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지극히 편안하게 만드는 가장 뛰어난 상담전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십수 년 째 매일 드리던 예불과 108배도 어느 날부터는 새롭게 와 닿았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께서도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지 않으셨던가.

순간, 방 법사는 마음이 한 없이 편안해지며 이것이 또 다른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웠던 심리학, 이후 상담자의 길을 걸으며 동시에 정토수련회 수련담당법사로 ‘깨달음의 장’을 운영했던 오랜 시간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 동안 나는 무아(無我)와 방하착(放下着)을 말하면서도 내 자신이 설정한 옳고 그름의 잣대로 얼마나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따라올 것을 강요했던가.’ 과거의 일들이 마치 핏줄을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아프게 와 닿았다.
그러던 지난 2월, 마곡사 포교국장 마가 스님이 원주까지 찾아왔다. 중앙대 학생들에게 수행을 주제로 한 강의와 템플스테이를 하게 됐는데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방 법사는 흔쾌히 승낙했다. 특히 굳이 불교적인 색깔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불교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평소 자신의 소신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상호 삼배-감사명상 시도

그러나 당장 마곡사까지 오고가는 것이 문제였다. 원주시내에서도 동떨어진 이곳은 버스가 하루에 예닐곱 번 밖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낡은 차까지 하나 구한 방 법사는 수시로 마곡사를 오갔다. 그러면서 마가 스님의 동의를 얻어 자신이 해왔던 심리학을 수련프로그램에 응용했다. 방 법사가 전공한 상담심리학이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수련회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차이뿐 그들이 올바른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준다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가 없었다.

옛사람들의 말마따나 가르침만큼 더 혹독한 가르쳐짐은 없었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자신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은 물론 사찰 수련대회에 대한 남다른 견해와 안목도 갖게 됐다. 방 법사가 보기에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등 전통사찰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수련대회는 이미 ‘불교수행에 마음을 낸’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불교수행에 마음을 내지 않은 사람들, 즉 ‘불교’와 ‘수행’이라는 것에 부담감을 갖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이것이 확산될 때 포교도 자연스럽게 될 것이란 확신을 하게 됐다.

“옛날 수행법들은 오랜 세월을 거쳐 검증된 수행법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월의 변화에 맞춰 그에 상응하는 수행법들도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이럴 때 비록 불교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불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전통적인 불교수행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그가 만든 수행프로그램이 바로 ‘관심수련’이다. 말 그대로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돌려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수련 프로그램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수행이란 명제를 염두에 두고 상호간에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명상’, 공동체행위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행동명상’, 괴로웠던 경험을 상황, 감정, 행동 별로 적은 후 ‘구나, 겠지, 감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정리하도록 한 ‘감사명상’, 함께 생활하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알려주는 ‘마음의 선물’, 서로 돌아가며 삼배하는 ‘절 받기’, 미리 죽음을 체험해보는 ‘유서쓰기’ 등이 그것이다. 물론 절에서 하는 만큼 108배와 예불은 필수적이다. 용타 스님의 ‘마음 나누기’를 비롯해 전통적 수행법과 현대적인 심리치료기법도 적극 활용했다. 이 때문에 참선이나 염불 혹은 주력 수행을 오랫동안 해왔던 베테랑불자라도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봉은사-능인선원도 도입 추진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의 지혜를 배우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수련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수련 후에도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갈등이 줄고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사찰도 하나 둘 늘고 있다. 현재 불자들을 대상으로 수련회를 실시하고 있는 능인선원은 내년부터 일반인들로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 방 법사의 ‘관심수련’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 서울 봉은사는 12월부터 주말을 이용한 1박2일의 수행 프로그램을 한 달에 두 번 씩 실시할 계획이며, 이 진행을 방 법사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계획이다. 방 법사 또한 이러한 새로운 수련 프로그램이 보다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내년 3월까지 ‘관심수련지도 지침서’를 펴낸다는 각오다.

“각 프로그램들의 종류와 진행방법 등 전문가가 없더라도 사찰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아주 상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시골사람이 다 됐다는 방 법사.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텔레비전을 멀리 했던 그가 유독 눈여겨보는 프로가 있다. 바로 코미디 방송이다. 가만히 보다보면 웃음의 지혜와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근엄하고 진지하게 보이기보다 가볍고 웃음이 나오며 마음편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방 법사의 ‘원대한’ 꿈이다. 원주=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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