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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안의 국경선

기자명 법보신문
내민족 타민족 가르는 분별 또한

중생 스스로 마음에 그려넣은 것


중국에 와서 보니 내가 한국인임을 자각시키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어제는 청화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학위생과 점심 공양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대화 도중 최근 한국과 중국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 고구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중국 친구는 고구려 멸망 이후 대부분의 고구려인들이 중국으로 귀속했다는 점, 고구려 땅의 반 이상이 현재 중국영토에 속해 있다는 점들을 들어 중국 입장을 대변하였다. 더우기 그 친구는 한국 문명이 중국의 문명에서 나왔으므로 두 나라는 먼 친척 간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속에서 무언가 뭉클하면서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몇년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이 또 있었다. 나와 같은 박사 과정에 있던 미국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일본과 싸운 사명대사(四溟大師) 같은 분이 어째서 존경받는 큰 스님이 될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이다. 자비와 비폭력을 가르치는 불교가 그 가르침을 뒤로 하고 폭력을 조장해서 다른 중생에게 해를 가하는 일에 앞장선 것이 어째서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일이 될 수가 있느냐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그 스님들을 한국에서는 조선 중기 최고의 큰 스님으로 여기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질문을 받고 나는 한동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어려서부터 사명대사와 같이 왜적에 대항해서 우리나라를 지킨 분들을 훌륭한 스님이라고 배웠고, 그래서 그때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믿어 왔다. 그런데 미국 친구의 진지한 질문이 내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한번쯤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대체 불법(佛法)과 애국심(愛國心)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부처님 법도 애국하는 마음도 모두 절대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배우면서 자랐다. 그런데 애국을 하는 것이 부처님 법과 충돌되는 면이 있을 때 우리는 도대체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두어야 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즐겨 쓰는 애국심이라는 말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일까? 가만히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애국하는 마음 뒤에는 우리 것을 아끼고 꼭 지켜야 되겠다는 마음과 남의 나라 것은 배척해도 된다는 마음이 동시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부처님 법으로 보면 원래 마음 안에는 한국인이다 중국인이다 하고 나누는 국경선이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살면서 중생 스스로가 본인의 마음 안에 여러 가지 선(線)을 그려넣어 좋다 싫다 내 것이다 남의 것이다 하는 분별을 이르키는 것이다.
우리 마음안에는 참으로 많은 선(線)들이 존재한다. 국가별로 나누는 것 이외에도 종교가 같으냐 다르냐 하는 것으로 나누고 지역이나 출신 학교, 정치적 성향 내지는 소득 정도, 여성 남성 등으로 수 많은 선을 그려서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중생계 안에서 중생으로써 살기에 어쩌면 이러한 애국심이 당연하고 때로는 정말로 필요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분별의 마음을 잠시 놓고 똑같은 불성(佛性)을 가진 사람 대(對) 사람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은 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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