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능시험일에 생각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성적·학벌·돈으로 내린 평가
행복 기준이라 더이상 속지말자


수능시험도 이제 끝이 났다. 그동안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어머님들은 기도하느라, 스님들은 축원하느라 모두들 고생이 많았는데 어쨌거나 이제 한 고개를 넘어섰다. 이제 다 끝났으니 남은 것은 그저 다 맡겨버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싶다.

그러나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정작 이제부터다. 과연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가. 좋고 나쁜 대학은 없다. 다만 서로 ‘다른’ 대학이 있을 뿐이고, 서로 다른 학과가 있을 뿐이다. 다르다는 것은 좋고 나쁨이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개성이 존중되어진다는 말이다.
이 대학을 가도 괜찮고 저 대학을 가도 괜찮다. 이 전공을 택해도 좋고 저 전공을 택해도 좋다. 어디에라도 고집하고 ‘꼭’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고정짓고 있다면 그것은 진리와 멀어진 마음이다. 그건 우리의 집착이고 욕심이며 자신을 고착화시키는 일일 뿐이다.

수능 성적이 ‘나’가 아니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어느 학과를 나왔느냐가 ‘나’가 아니다. 물론 세상에서는 그것이 ‘나’라고 고정지을 것이며 그것을 가지고 우리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속지 말라. 세상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라면 거기에 놀아날 것도 없고 함께 속아서 휘둘릴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이 세상에서 만들어 놓은 숫자 놀음에 이제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

수능 시험일에 생각해 본다. 우리 모든 아이들이 대자연 속에서 환한 웃음으로 뛰어놀 수 있는 그러한 놀이와 자연 속에서 또 벗들 가운데에서 온전한 진리를 몸소 터득할 수 있는 교육, 그런 세상을. 알량한 성적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세상, 그런 판단으로 아이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성적을 가지고 아이들을 전국적으로 일등에서 꼴지까지 줄 세우지 않는 세상을.

요즘의 교육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안타깝고, 또 이미 그렇게 자라서 깊이 세뇌되어 이제는 바꾸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우리 어른들도 안타깝고, 그렇게 어리석은 제도만을 자꾸 기술적으로 바꾸어 보려는 윗사람들도 모두 다 안타깝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렇게 얘기해도, 설사 몇몇 분들께서 ‘그래 맞는 말이다’ 하고 맞장구를 치더라도, 이 말이 내 삶에서 실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 그런가. 그건 그만큼 내가, 우리 어른들이 이 세상에 세뇌당했고, 그런 고정관념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돈 많이 벌어야 하는, 좋은 대학 들어가야 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는 등등의 그런 것들로 평가받고 또 남들을 평가하는 그런 세상에 우리도 물들어 있어서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나 먼저 그 엄청난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깨고 나올 수 없는데, 수행자라고 하는 우리가 그 틀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데, 어떻게 내 자식을 바꾸고 우리 주위 사람들을 바꾸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 깨고 나오면 자유롭다. 그러나 그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 틀이 너무 견고하고 단단하게 고착되어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깨는 게 수행자의 일이다.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