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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죽음 앞의 인간 : 4가지 평등과 7가지 차별

기자명 법보신문

죽음은 성장의 마지막 단계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시점이 있다. 첫째 생명이 잉태되어 태어나는 시점, 둘째 사람이 죽어가는 시점. 2003년 태어난 신생아는 48만 여명에 불과 하지만, 낙태당하는 생명은 약 2백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므로, 우리는 과연 인간답게 태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자살사망률은 급격하게 증가해 자살사망률은 세계 최고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상황이고,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혹은 비참하게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을 감안해볼 때, 과연 우리가 인간답게 죽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 삶이 인간답지 못하기 때문에, 태어나는 과정과 죽어가는 과정 역시 문제가 많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죽음과 관련해 분명하게 아는 사실은 4가지이다. 첫째 사람의 평등, 누구나 죽는다. 둘째 시간의 평등, 우리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세째 장소의 평등, 우리는 어디서든지 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네째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 이와 같이 인간은 4가지 이유로 죽음 앞에서 평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와같이 4가지로 똑같은 조건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사람마다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이 똑같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죽어 가는 사람이 어떤 심리상태를 거치면서 죽어 가는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은 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1 두려움 혹은 절망, 2 부정, 3 분노, 4 삶의 마무리, 5 우울, 6 순응, 7 희망 혹은 밝은 죽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운 현상, 혹은 절망 자체로 여기고 있지만, 죽음을 수용해 밝은 모습으로 미소지으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은 또한 동물의 죽음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동물은 육체적으로 쇠약해지다가 죽게 되지만, 인간의 경우 육체적으로는 쇠약해져가도 정신적으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육체적으로 노쇠해져 갈수록 정신마저도 나약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육체의 기능은 점점 쇠약해지기는 하겠지만, 마음마저도 함께 늙어갈 이유는 없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인간은 정신적, 인격적으로 성숙을 거듭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은 성장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한다. 죽음을 준비해 밝은 모습으로 여유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행위가 아닐까.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는 지수로 널리 쓰이는 지표가 IQ, 지능지수이다. 지능지수 이외에 감성지수(EQ), 도덕지수(MQ), 창의력지수(CQ)가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폴 스톨츠 교수는 역경지수(AQ : Adversity Quotient)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이하느냐 하는 과제와 관련해 필자는 ‘죽음지수‘(DQ : Death Quotient)를 제안한 바 있다. 삶에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역경에 마주치게 된다. 그런 역경 가운데 극복하기 곤란한 고통이 바로 죽음이다. 최고 경영자가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의 리더쉽이 평가받는 것처럼, 우리는 죽음이란 최고의 역경을 어떤 식으로 통과하느냐에 의해 조금도 가감됨이 없이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받는다.

여타 지수는 인간능력의 특정한 부분을 측정하지만, 죽음지수는 인간의 존재 자체, 영혼의 성숙 정도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죽음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지혜와 합리적 판단(IQ), 죽음에 맞써 흔들리지 않는 감정적 균형과 인내(EQ), 죽음을 마지막 순간까지 감내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책임감과 윤리의식(MQ), 역경을 수용해 인내하면서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능력(AQ, CQ)이 모두 죽음지수 안에 포함되어 있다.

죽는 바로 그 순간 좋든 싫든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 삶에는 거짓이 통용되지만, 죽음의 순간 자신 존재의 값어치는 남김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죽는 시간을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음이 갑자기 찾아올 때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 어떤 식으로 죽을 것인가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정할 수 있다. 죽음을 인생의 도전이자 자극으로 즐기면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적절하게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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