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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치, 함정도 많다

양대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다양한 형태의 TV 토론이 수없이 벌어질 것이다. 한 후보를 상대로 패널들이 돌아가며 질문하는 방식의 토론부터 여러 후보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사회자 조정 아래 후보들간의 논쟁, 쟁점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후보 대 후보의 토론 등 다양한 토론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TV토론이 가진 문제점



이 같은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 능력, 도덕성 등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그러나 TV 토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TV라는 매체의 감상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시청자들이 토론 내용보다 후보자의 외모나 화법 따위의 이미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문제가 있다. 정책보다는 말솜씨나 순발력, 매너 등 비본질적인 면이 더 관심을 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 정치의 함정이다.

TV 토론은 TV라는 매체의 특성에 잘 어울리는 후보에게 유리하다. TV 토론에서는 잘생기거나 좋은 인상을 가진 후보,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후보가 유리하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뜻을 가장 그럴듯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한 것이다.

미국에서 1960년에 열렸던 닉슨과 케네디의 토론이 대표적 사례이다. 토론이 라디오와 TV로 동시 중계되었을 때 라디오를 들은 유권자는 토론을 더 잘한 닉슨에게 더 호의적이었고, TV를 본 유권자는 43세의 젊고 잘생긴 케네디에게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바로 이미지 때문이었다. 우선 토론장의 배경과 같은 회색 양복을 입은 닉슨이 시청자에게 뚜렷한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고, 케네디는 짙은 색의 양복을 입었기 때문에 닉슨보다 돋보였다고 한다. 또 이날 유세를 하지 않은 케네디는 유세를 하고 와서 피곤해 보인 닉슨보다 상대적으로 더 활력적으로 비쳤다.

토론 태도도 케네디는 시청자에게 이야기하듯 말을 했고, 닉슨은 심판처럼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케네디를 향해서만 이야기했다. 토론 내용과는 무관하게 시청자에게는 케네디의 답변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케네디는 뭔가 수줍고 보안관 같은 TV 영웅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닉슨은 노려보는 듯한 눈매로 구변 좋은 완곡한 어법을 구사함으로써 마치 작은 마을 주민에게 이익이 안 되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려는 변호사를 닮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TV 토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TV 토론은 지식의 많고 적음을 확인하는 재치문답이나 장학퀴즈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가지도자는 세세한 지식보다 문제의 본질 파악과 해결의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실무자 수준에서 알아야 할 구체적 현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후보의 정책 비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흥미 위주의 신상발언이나 덕담 수준, 또는 막연하게 잘 해보겠다는 답변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공약 진실성 따져야



특히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장미빛 공약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확신에 찬 어조로 그럴 듯한 약속을 마구 하는 후보에게 무작정 좋은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 후보 발언 내용의 진실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또 상대후보 깎아 내리기 같은 데에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래야 미디어 정치가 허상의 정치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해박하게 알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능란하게 제시하는 전진전능한 신을 뽑는 게 아니다.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 유권자는 이 점을 인식하고 TV 토론을 지켜보면 좋겠다.



손혁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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