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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결산 - 국제학술대회 허와 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4.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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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세계화 초석… “일회성 이벤트”지적도

불교학계에 있어 2004년은 한국불교학의 세계화를 위한 초석을 다진 한해였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각 학회별로 크고 작은 국제학술대회가 줄을 이었고 불교학결집대회, 세계여성불자대회, 세계교수불자대회 등 대규모 국제학술행사가 잇따라 개최됐으며 미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지 못한 학회, 단체에서는 외국석학을 초빙해 초청강연회를 앞다퉈 개최했다.

90년대 후반까지 미미하던 국제학술대회는 외국에서 유학하던 학자들이 국내로 속속 복귀하면서 2000년 이후 한국불교학회, 인도철학회를 중심으로 연간 1∼2회 개최되기 시작했고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올 한해만 10여 차례나 개최됐다. 학회 활동이 비교적 적은 동절기를 뺀다면 매월 1회 이상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셈이다.

특히 올 한해 방한한 외국학자의 수만도 대략 100여명. 곰브리치, 버스웰, 가츠라 쇼루 교수 등 현대세계불교학계을 대표하는 학자들을 비롯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진 학자들도 대거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이 세계불교학의 중심지로 발돋음 하기 위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내용 면에서도 외국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듣고 배우는 수준에 머무르던 과거 국제학술대회와는 달리 올해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내학자들과 외국학자들간의 팽팽한 논쟁이 오가는 등 한국불교학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지난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한국불교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금강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외국학자들의 주장에 맞서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와 다른 독창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한국학자들의 팽팽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학술대회가 속속 생겨나면서 많은 효과를 거둔 반면 내용성을 담보하지 못한 형식적인 국제학술대회는 불교학계의 향후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학회나 단체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외국학자들을 무조건 초빙하고 보자는 식의 학술행사는 한국불교학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 5월 ‘동아시아의 불교전통에서 본 비구니의 삶과 수행’이라는 주제로 한 사찰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주제와는 걸맞지 않게 특정 비구니 스님을 미화하는 논문이 다수 발표돼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이 국제학술회의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여성불자대회를 1달여 앞둔 시점에 비슷한 주제로 개최됐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주최측의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소장 권탄준 교수는 “각 학회, 단체별로 국제학술대회가 많이 개최되는 것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보면 매우 긍정적인 일이지만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제학술대회를 토대로 학자들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한편 지속적인 학술교류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불교를 주제로 한 국제학회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충남대 이평래 교수도 “국제학술대회는 무조건적으로 외국학자들을 많이 초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대회에 앞서 논문을 공모해 일정 수준 이상의 논문을 선별한 후 학자들을 초빙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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