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개원 문제까지 정치의 파장이 미쳐서야
최근 동국대에서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의욕 있게 추진해온 일산병원의 개원이 늦춰질 위기에 놓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동국인은 물론이요, 불자 모두의 자랑거리가 될 최첨단 매머드급 불교병원의 연내 개원 소식에 반가워하던 많은 불자들은 석연찮은 이유로 병원개원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는 소식에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개원이 늦춰지는 이유로는 학교와 재단, 그리고 조계종간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솔직히 어떤 부분에서는 이대로 그냥 가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공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휠씬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입장에 의해 병원 개원의 시기가 늦춰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병원의 개원을 늦출 명분과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경천동지할 문제가 없는 한 당초 약속대로 병원개원은 추진돼야 마땅하다. 동국대와 불교계의 대외적인 신뢰, 위상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병원 개원과 관련이 있는 각 주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우려와 주장들은 객관적이고도 타당하게 수용할만한 공동협의기구를 구성해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수렴하면 될 일이다. 모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한 분들로 협의기구를 구성해 각 주체에서 우려하고 염려하는 문제들에 대해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차기 총장 선거가, 재단 이사장의 거취 문제가, 그리고 종단의 재단과 학교에 대한 우려가 병원개원을 연기시킬만한 명분과 당위를 가질 수 있다고 강변한다면 오만한 행동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개원해 병고중생을 구제해야할 병원 개원문제에까지 종단정치의 파장이 미쳐서야 되겠는가. 준비가 부족하다면 더 분발하면 될 것이고, 돈이 부족하면 모금을 해서라도 해결을 하면 될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병원 건립 성금을 낸 수만의 불자와 대외적으로 약속한 병원 개원을 늦춰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가. 설사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드러내야 마땅하다. 문제를 드러내놓으면 해결대안은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총장이 되든, 이사장이 바뀌든 안 바뀌든, 그런 문제들이 병원 개원을 막을 명분은 못된다. 이권이나 이해관계가 우려된다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정해 원칙대로 처리하면 해결될 일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백일하에 드러내놓고 대중공사에 의해 민주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학교와 종단, 불자들이 힘을 모으고 정성을 보태 일궈온 불교병원 연내 개원에 차질을 빚게 하는 어떠한 시도도 온당치 못하다. 그래도 정녕 개원을 늦추어야 한다면 병원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물어서 그 가부를 정하라.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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