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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 - 총리감 기근 부른 '부패문화'

기자명 연기영
청와대는 전례없이 국무총리서리 국회인준이 거부된 후 청렴한 총리감을 찾는데 적지 않은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리후보자로 물망에 오른 사람이 수십 명이나 되었지만 부적격자로 확인된 사람들이 많았고, 막상 적임자로 낙점된 인물 중에서도 인사청문회에서 오히려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극구 고사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대법관 출신으로 공직자윤리위원장이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친분이 있는 김석수씨가 '총리서리'로 지명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장상·장대환씨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총리서리'라는 꼬리를 붙여 임명하였다. 따라서 '서리' 제도에 대한 위헌성 논란은 여전히 불씨로 남게 되었다. 정부조직법의 규정을 헌법정신에 맞게 해석하면 '총리서리'가 아니라 '총리대행'을 임명하면 탈이 없을 텐데 끝내 '서리'를 고집한 것은 일종의'아집'과 '오기'가 발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서 관행처럼 되었던 '총리서리'를 지금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관행'이라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서는 구태여 '총리서리' 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법리적 검토나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김대중 정권의 임기가 불과 5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법리적 논쟁에만 집착할 수는 없다. 다음 정권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수 있는 총리 후보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 얼마나 참담한 현실인가.

얼마전 발표된 국가별 부패척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표본 국가 110개중에서 40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부패상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부패병'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이래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을 제외한 각종 비리 혐의로 형사소추된 사람의 숫자가 무려 59명이나 된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4명 중 1명 꼴로 수뢰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16명과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232명 등 전체 지방자치단체장 248명 가운데 59명이 비리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선진 "대~ 한민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 군장성, 검찰 간부, 법관, 대학총장, 정부 고위공직자 등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목민'(牧民)에 해당된다. 타고난 재주가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각종 비리의 흔적을 안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국가의 앞날을 좌우하게 되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게 될 '목민'의 자리는 스스로 피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날 한국의 부패상과 도덕불감증은 로마제국과 스페인 왕국의 멸망을 연상케 한다. 사람들이 모두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개인적 향락에 몰두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정치인들의 부패가 하늘을 찌를 경우, 그 나라는 서산에 해지듯이 넘어지고 만다는 세계사적 교훈을 심각하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모든 부정부패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에서 나온다. 부처님은 모든 욕망을 버리고 자비를 실천하라고 가르치신다.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 공수거'의 진리를 역설하셨다.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얻고 자신을 돌아보며 살자. 〈나부터 우리부터〉 우리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문화 청산에 앞장서자.



동국대 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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