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억울한 죽음이 결코 없어야겠지만 국가폭력이나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여러 원인들로 인해 세상은 바뀌어 가도 억울한 죽음은 남아있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제는 특히, 억울한 죽음에 대하여 만큼은 국가가 그 죽음을 관리하도록 한다. 그래서 자연사가 아닌 사고사나 각종 의문사에 대해서는 검찰권이 개입하여 부검을 하고, 허가가 있어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는 등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여러 장치들을 작동시킨다. 그럼에도 어려웠던 시절 의문의 죽음들이 있었고 그 죽음의 진상은 베일에 싸인 채로 세월은 흘러왔다. 정부가 바뀌고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우리 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서 그 사인이 밝혀지지 아니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을 의문사로 정의하고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켜 조사활동을 계속하였다. 그런데 이 기구가 한시적으로 설치된 기구라서 오는 9월 16일이면 활동이 끝나고 만다. 이 기구를 통해서도 아직까지 확인되지 못한 사건은 수십 건. 여전히 저승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을 당사자나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채 숱한 의문사들은 영원토록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신라시대 때야 선율이라는 스님이 있어 이승에서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지만 이제 이 기구마저 활동이 종료되고 나면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비록 차원은 다르지만 종교와 법이 함께 나서 우리 시대의 의문사 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데 무슨 활동시한이 있을 수 있는가. 선율스님도 돌아와 보니 벌써 15년이나 지난 죽음임을 확인하지 않았었는가. 활동시한을 연장하는 법개정에 동참해야 한다. 취약한 조사권능을 보강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해야한다. 여러 종교단체들과 함께 기도에도 참여해야 하고, 제례 등을 통해서도 억울함을 푸는 작업에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적인 사건에만 특별검사 논쟁을 벌이지 말고 차라리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데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고 이야기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산 목숨을 죽이지 않으며(장부경전, 3. 74)", "그대의 왕국 어느 곳에도 그릇된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말며(장부경전 3. 59-62)". 그렇다.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하고, 그런 억울한 죽음이 신원 되지 못한 채 계속 흘러가게 놔두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는 법률가에게야 당연한 의무겠지만 불법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최재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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